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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슬픔은 이단아

슬픔은 집이 없다

 
마음의 빈 자리에 스며들어
 
판을 벌인다
 
 
 
사랑의 빈 자리에 찾아 들어
 
기쁨이 사라진 자리에 기어 들어
 
즐거움이 떠나간 자리에 머물러
 
울기도 한다
 
 
 
웃음이 떠나간 자리에 찾아 들고
 
꽃잎이 사그라진 곳에 감돌며
 
아픈 곳을 찌르기도 한다
 
 
 
아니 찾아가는 이가 없고
 
못 갈 곳이 없으며
 
늘 허공을 떠돈다
 
 
 
그러니
 
 
 
슬픔은
 
스스로도 슬픈 이단아
 
하느님도 가두지 못한다

유병옥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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