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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국악은 우리 시대의 문화자산

국악 지휘자, 작곡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한창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내 친구 김용만이 생전에 펴낸 책의 제목이 ‘이제 국악은 없다’이다. 국립, 시립, 도립 국악관현악단 지휘자로 활동하면서 느낀 생각과 안타까움을 기록한 책이다.
 
“국악은 없다”는 파격적인 표현은 한국 문화예술의 한 단면을 아프게 말해준다. 서양에서 들어온 음악에 밀려 골방에 처박힌 우리 전통음악의 현실에 대한 비판이요, 국악과 양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호소이기도 하다.
 
“우리의 국악은 양악의 위세에 눌려 숨 한번 크게 쉬지 못하고 겨우 명맥만 유지해온 게 사실입니다… 우리는 양악에 대해서 늘 피해의식에 젖어왔습니다. 학교의 음악실에서, 또는 방송매체의 음악 프로그램에서 양악의 비중이 커질수록 국악은 그 설 자리를 점차 잃어왔기 때문입니다.”
 
김용만을 비롯한 젊은 국악인들의 주장은 ‘국악’이니 ‘우리 음악’이니 하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서 특별 대우하는 척하면서 구석방에 처박지 말고, 그냥 서양음악과 똑같이 ‘음악’으로 대해 달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껄끄러움이 음악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근원이 다른 두 종류의 문화가 서로 화합하지 않고 공존하고 있는 현상은 문화, 예술, 사상 모든 분야에 존재한다.  
 
예를 들어, 서양화와 동양화 또는 한국화, 전통춤과 발레 또는 현대무용, 탈춤이나 마당극 같은 전통극과 서양 연극의 불편한 공존이다.  
 
우리나라의 현대화 과정에서 ‘현대화는 곧 서구화’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생긴 문제들이다. 사상이나 철학에서도 서양 우러르며 따라하기 같은 일이 되풀이됐으니 여간 큰 문제가 아니다.
 
김용만이 책에서 다룬 내용은 70~80년대의 현실이니, 한참 전의 일이다. 그런데, 그때보다도 더욱 한심한 일이 바로 얼마 전에 그것도 정부 차원에서 벌어졌다.  
 
논란의 핵심은 교육부의 2022 개정 교육 과정에서 국악이 전면 배제됐다는 것이다. 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에 따르면 교육부가 공개한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시안’의 ‘성취 기준’ 항목에 국악 관련 내용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국악계가 이런 국악 홀대 논란에 반발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는 “졸속 개정 작업을 즉각 중단하라”며 규탄 성명을 발표했고, 국악인들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국악교육의 미래를 위한 전 국악인 문화제’를 청계광장에서 열고, 국악 교육 축소 정책 재검토를 촉구하기도 했다.  
 
판소리를 전공한 가수 송가인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한 발언이 관심을 모았다.
 
“눈물이 날 것 같다.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자체가 이해도 되지 않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조상님들이 들으면 정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실 것 같다. 우리 학생들이 보고 자라야 하는 것이 우리 문화이고, 우리 전통인데 (학교에서) 우리 전통을 배우지 않으면 어디서 배우겠나.”
 
이런 반발에 놀란 교육부는 우물쭈물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로 변명을 한다. “국악이라는 용어를 드러내지 않고 좀 더 포괄성을 높여 일반적인 용어로 표기했을 뿐 여전히 국악은 살아있다. 앞으로 학계 및 현장 교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
 
국악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우리 전통음악이 그만큼 뛰어나고, 세계화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음악시장에서 부상하고 있는 K팝에서도 국악을 접목한 ‘크로스오버 국악’이 주목을 받는 것은 국악이 단순한 옛 전통이 아닌 동시대적 가치가 큰 문화자산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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