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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에드 버크 시카고 시의원

박춘호

박춘호

에드 버크 시의원은 1943년생이다. 1969년 이후 53년째 시카고 14지구 시의원으로 재임 중이다. 시의회서 가장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재무위원장으로 활약하면서 그에게는 '가장 힘 센 시의원', '시카고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100명 중 한 명', '마지막으로 남은 머신 정치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의 부인은 일리노이 대법원 판사다. 부부가 정계와 법조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버크 시의원은 마이클 매디간 전 일리노이 주 하원 의장과 닮은 점이 많다. 매디간 전 의장이 주 정치에서 막강한 파워를 휘둘렀다면 버크 시의원은 시카고 정치에서 힘을 키웠다. 두 사람 모두 시 남서부를 지역구로 삼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 아울러 매디간 전 의장도 부정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버크 시의원 역시 14가지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도 똑같다. 무엇보다 두 일리노이 정치인은 오랫동안 정치 권력을 잡은 뒤로 이를 놓친 적이 없는 인물들이다. 지금은 부패한 일리노이 정치인의 모델이 됐다는 점에서도 다른 점이 없다. 다만 매디간 전 의장은 의장직과 주 하원직을 내려놓은 반면 버크 시의원은 아직도 현직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버크 시의원은 자신의 이름을 건 법무법인이 있다. 지금은 대표 변호사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자신의 딸이 소속돼 있기도 하다. 이 법무법인이 중점적으로 처리하는 일은 세금 이의 신청이다. 재산세가 과도하게 부과됐다고 생각되면 변호사를 고용해 재산세 이의 신청을 하는 것이 시카고와 일리노이 주에서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물론 개인이 직접 해도 되지만 노련한 변호사가 영향력까지 있다고 생각되면 더 큰 이익을 위해서 고용하는 것이 재산세 이의 신청 변호사다. 이때 개입하는 것이 버크의 로펌이다. 버크 시의원이 의회 재무위원장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기에 버크의 법무법인을 찾는 의뢰인의 숫자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1990년대 중반 버크의 법무법인은 1800건 이상의 이의 신청을 했다. 이는 1980년대 200건에 비하면 비약적으로 증가한 수치다. 그의 클라이언트 중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포함돼 있었을 정도다. 시카고 강가에 위치한 트럼프 타워에 재산세가 청구됐을 때 수임한 것이 버크의 법무법인이었다. 최근 이 사안은 트럼프 타워가 세금 면세 혜택을 받게 되면서 세간에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버크 시의원에 대한 연방 검찰의 수사는 오래 전부터 진행돼 왔다. 2018년에는 버크 시의원에게 걸려오거나 발신된 전화를 연방 검찰이 도청했는데 무려 9000건이 넘는 통화 내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부정부패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었던 대니 솔리스 전 시카고 시의원이 연방 검찰의 정보원이 됐다. 형량을 줄여준다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다른 정치인들과의 전화 내용을 도청하는 것을 승인한 것이다. 이 도청을 통해 버크 의원은 유명한 대화를 남기게 됐다. 그 대화의 내용은 "음, 그러니까 우리가 참치를 받았는가?"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참치는 큰 계약 혹은 대형 건수를 뜻한다. 흔히들 쓰는 말로 대박 사건을 받았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대화의 상대는 솔리스 전 시의원이었다.  
 


버크 시의원이 받고 있는 혐의는 모두 14건이다. 지역에 위치한 햄버거 체인점 버거킹의 투자가로부터 세금 감면 부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지역구내 쇼핑 센터를 개발하고자 하는 이민법 변호사로부터 재산세 감면과 시 보조금 등의 혜택을 주고 뇌물을 받거나 탈취를 한 혐의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 열린 재판에서는 버크 시의원의 변호사가 이 혐의를 모두 각하해 달라는 요구를 했지만 판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연방 검찰이 도청을 통해 확보한 증거는 법정에서 인정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지만 역시 판사는 수용하지 않았다.
 
버크 시의원에 대한 본재판은 내년에 시작될 예정이다. 본재판이 시작되면 더 많은 증거와 정황들이 밝혀지고 법원에서 합리적인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믿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아직도 현직 시의원이라는 점이다. 2018년 연방 검찰에 의해 기소된 직후 실시된 선거에서 당당히 재선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가 내년에 치러질 선거에서 다시 출마할지, 출마한다면 당선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50년 넘게 한 지역구에서 내리 당선됐기 때문에 버크 시의원이 막강한 파워를 행사할 수 있었다. 재무위원장을 역임하면서 시의회의 중요한 결정에는 모두 관여했기 때문에 부정의 청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을 수 있다. 이 역시 매디간 전 하원 의장과 마찬가지다. 고인 정치 권력은 어쩔 수 없이 썩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다. 좁게는 14지구에서 버크 시의원을 대신할 정치인이 나와야 하고 넓게는 시카고 시의회도 새로운 인물로 채워져야 할 것이다.  
 
시카고에서는 주요 정치인에 대한 재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데일리 전 시장의 조카인 패트릭 데일리 톰슨 전 시의원에게는 세금 탈루 혐의로 징역 2년형이 구형됐고 전 주 상원 토마스 컬러튼 의원에게도 18개월형이 구형됐다. 부패의 상징인 탐욕 정치인에 대한 법원의 엄격한 단죄가 이어져야 일리노이 정계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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