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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옛날이야기가 많은 나라 -아이슬란드 여행기(4·끝)

여행 전 책을 읽으며 인구 35만의 작은 섬나라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고 시인이 많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아이슬란드의 겨울은 길다. 가족들은 한 테이블에 옹기종기 앉아 식사하고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현지인들은 이를 Saga(Tale, Story)라고 부른다. 우리도 어렸을 때 긴긴밤 할머니로부터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학교에서도 옛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해주는 선생님이 인기가 있었다.  
 
아이슬란드인의 조상은 바이킹, 해적 이야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수도 레이캬비크에 처음으로 정착한 사람이 자기 나라에서 사람을 죽이고 노예 몇 명 데리고 도망온 범죄자였다. 아이슬란드에는 원주민이 없었다. 기록에 의하면 수 세기 전 Irish Monk들이 들어오고 이어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어부가 왔다고 한다. 그 후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에서 바이킹이 들어와 미리 온 사람들을 노예로 삼았다. 섬에는 구전으로 내려오는 스토리들이 많고, 이를 책이나 영화로 후손들에게 전해 주고 있다.  
 
호텔 근처에 있는 Saga Museum을 찾았다. 전설이나 설화가 많은 줄 알았는데 ‘역사박물관’이었다. Saga는 역사뿐 아니라 로맨스, 빙산에 나타났다는 귀신 이야기, 화산폭발, 지진 발생에 생긴 실화도 포함돼 있다. Saga는 시를 낳았다. 처음 시들은 교훈적인 것, “가축도 죽고, 친족도 죽는다. 그러나 선하게 살다 떠난 사람의 명예는 죽지 않는다.” 1807년 이 나라에 세워진 첫 동상이 시인이었다. 조나스 헬그림손이었는데 그는 자연 시를 주로 썼다. 아이슬란드를 Frost-white mother로 묘사한 국민시인이었다. 195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Laxness는 아이슬란드의 자랑, 그는 거리의 언어로 서민들의 애환을 노래했다. 이어서 Jon Stefausson이 주옥같은 작품들을 발표, 노벨문학상 최종심까지 올랐다. 1996년 레이건-고르바초프 회담이 열린 Hofdi House는 유명한 시인의 집이었다. 시인이 떠난 후 집은 한동안 비어있었는데 사람들은 여기에 ‘유령’이 살았다고 수군댔다고 한다. 이 흰 집은 그 후 정부에 귀속돼 역사적인 미-소 정상회담장이 되었다. 이 집을 돌아보면서 ‘그렇게 큰 회담이 이렇게 작은 집에서 열리다니’ 생각했다. 그러다가 곧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인류가 부딪치고 있는 핵 군축을 논의하는데 왜 큰 장소가 필요했겠는가’로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묵은 호텔은 크지는 않으나 편리했다. 호텔에는 예상외로 작은 도서관이 있었다. 주로 이 나라 역사, Saga를 소개하는 책이었다. 옆에 있는 라운지에도 서가에 많은 책이 진열돼 있었다. 이런 문화가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이 나라의 연 관광객은 230만, 인구의 6배로 주민들을 먹여 살린다.
 
이번 여행에서 아이슬란드 사람들에 대한 좋은 인상을 받았다. 북유럽 피를 받은 그들은 키가 크고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친절하고, 예의 바르고, 사람을 존중할 줄 알았다. 그들은 자연을 사랑하고, 화산 이끼 하나라도 소중하게 취급했다. 그들은 특히 영어를 잘했다. 길거리에 누구를 붙들고 물어도 나보다 나은 영어로 대답해 주었다. 인구 35만 작은 나라지만 자랑스러운 고유언어를 보존해 오고 있다. 뉴욕으로 돌아오는 날, 공항 대합실에서 ‘들어오는 사람, 떠나는 사람’을 관찰했다. 휠체어에 몸을 던진 노인들, 엄마 품에 안긴 아이들, 노인은 마지막 여행이 될지 모르지만 아이는 넓은 세상을 누비고 다닐 것이다. 나는 다시 이 나라를 찾지 않을 것이다. 늦기 전에 아직 못 가본 곳을 가봐야 하니까. 갑자기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북극 언 땅에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

최복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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