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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탄의 행복지수가 급락한 까닭

장수아 사회부 기자

장수아 사회부 기자

“야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  
 
한국 가수 장기하의 신곡 ‘부럽지가 않어’의 가사 중 일부다. 독보적인 가사 내용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곡이 발매된 후 얼마 뒤 이 노래는 유튜브 숏츠, SNS 영상에서 배경음으로 자주 사용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SNS상에서 은근히 자랑하고 또 그걸 부러워하는 게 하나의 트렌드가 돼버린 지금, 우리가 느끼는 자격지심을 겨냥한 이 노래에 사람들은 열광하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노래를 듣고 SNS를 지워버렸다는 간증이 속속 올라오기도 한다. 이는 사실상 ‘비교’로부터 자의적으로 벗어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교가 불행의 시작이라고 흔히 말하는 것은 우리가 가진 ‘행복’을 손쉽게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잘 살고 있다가도 주변에 더 행복해 보이거나 잘난 사람들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얼마 전까지 괜찮던 자신의 삶이 초라해 보이거나 박탈감에 시달리게 된다.  
 
한 예로, 2011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힌 부탄이 8년 뒤 2019년 조사에서는 95위로 하락하며 행복지수가 급락했다. 이유를 살펴보니 급격한 도시화로 부탄에 인터넷과 SNS 등이 발달하면서 국민이 자국의 빈곤을 알게 되고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행복지수가 급락한 것이다.  
 
비교의 해로움은 ‘상대적’이라는 사실에서 온다. 행복은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나, 얼마나 많이 누리고 있나의 문제라기보다는 갖고 있는 것들에 얼마나 만족하느냐의 문제다.  
 
하지만 비교는 행복의 크기를 재는 척도로 이용된다.  
 
한 연구에서 어린이들에게 수화기가 없는 전화기, 물에 가라앉는 보트 등 고장난 장난감을 주며 놀게 했다. 아이들은 장난감이 고장 난 것을 알았지만 상상력을 동원해 신나게 갖고 놀았다. 하지만 옆방 아이들이 멀쩡한 최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보고는 갑자기 재미가 식고 칭얼대는 행동을 시작했다. 환경이 바뀐 것은 없었지만 옆방 친구들의 장난감이 더 좋다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 불행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비교의식을 버리고 삶에 만족하기 위해서는 자발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 의과대학 통합의학 프로그램 소속 연구원이자 심리학 저서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등의 저자 박진영 작가는 한 매체를 통해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주변 정보들을 수집해서 우리의 사회적 위치와 이에 대한 잠재적 위협 요소들에 대한 알림을 보낸다. 따라서 자꾸 비교하게 되고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거의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비교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간은 의식적 사고능력이 있고, 자동적으로 나오는 생각이나 감정을 목적에 맞게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비교는 할 수 있지만 그를 달리 해석할 수 있는 능력과 책임도 있다는 뜻이다.  
 
또 비교하지 않으려는 것보다 자족하려는 노력하는 더 필요하다. 삶의 만족도가 높은 북유럽인들이 행복의 원천으로 내세우는 것은 사실상 소소한 것들이다. 이들은 루터교 전통을 이어받아 검소하며 가진 것에 감사하고 자족하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다.  
 
예를 들면, 덴마크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또는 혼자서 소박하고 아늑한 시간을 보낸다는 뜻으로 ‘후거(Hygge)’라는 개념이 있고, 스웨덴에는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고, 딱 적당한 양이라는 뜻의 ‘라검(lagom)’이 있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것.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라고 말할 수 있는 비결이다.  

장수아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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