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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귀화 선수 태극전사, 어때요

올해는 2002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 20주년이다. 20년 전인 2002년 6월 3일은 한국과 폴란드의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전날이었다.  
 
이튿날인 4일, 한국은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폴란드를 2-0으로 꺾고 감격스러운 월드컵 첫 승을 거뒀다. (아직도 현장에서 취재하던 그 때가 생생하다.)
 
2002 월드컵은 한국 축구의 변곡점이었다. 많은 게 바뀌었다. ‘맨땅 축구’는 사라지고, 월드컵 경기장 10개와 수많은 잔디 구장을 갖게 됐다. 10개였던 프로축구 K리그 구단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고, 유럽처럼 승강제를 도입했다. 일본 J리그 진출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던 시절이 무색하게, 요즘은 유럽 중소리그 진출은 뉴스가 안 된다. 4대 빅리그쯤은 진출해야, 아니 득점왕은 해야 뉴스다.
 
모든 게 다 발전하고 좋아졌을까. 전반적으로 그렇지만, 전부는 아니다. 그중에서도 꼭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바로 한국 축구대표팀의 순혈주의, 바로 귀화 선수 태극전사가 등장할 수 있을지 문제다. 2022 카타르월드컵을 앞둔 지금 당장의 핫 이슈는 아니다. 하지만 고민할 시점이 곧 올 거다.
 
2002 한·일 월드컵을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의 큰 고민거리가 부실한 수비였다. 해결책으로 제시된 게 당시 전남 드래곤즈의 브라질 출신 수비수 마시엘 귀화였다. 4년 연속 K리그 베스트11에 뽑힐 만큼 뛰어난 선수였다. 하지만 귀화도, 대표팀 발탁도 무산됐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꼭 귀화 선수여야 하나” 같은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이 영향을 미쳤다.
 
2002 한·일 월드컵 10주년이던 2012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전북 현대의 브라질 출신 스트라이커 에닝요의 특별귀화 문제가 불거졌다. 에닝요와 팀을 함께했던 최강희 전 전북 감독이 당시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다. 감독은 적극적인데, 대한체육회와 법무부가 귀화 추진에 미온적이었다. “한국말을 배우려는 의지가 없다” 등의 이유를 댔지만, 사실상 부정적 여론이 원인이었다.
 
지난달 대구FC의 브라질 출신 미드필더 세징야가 ‘50(골)-50(도움) 클럽’에 가입했다. 2016년부터 K리그에서 활약한 그의 귀화 얘기는 꾸준히 나왔다. 그를 귀화시켜 국가대표팀에서 손흥민과 투 톱을 만들자는 얘기도 있었다. 세징야는 시험까지 치러야 하는 일반귀화를 준비 중이다. K리그에서의 활약만 본다면 태극마크를 달고도 남을 만하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가나가 외국 국적 선수 귀화를 추진한다고 한다. 우리도 그렇게까지 해서 전력을 강화해야 할까. 대답은 제각각일 테다. 그와 별개로 귀화 선수를 태극전사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특히 축구에서. 스스로 물어볼 때가 됐다. 마시엘에서 20년, 에닝요에서 10년,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장혜수 / 한국 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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