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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남발, 상상력의 한계

너를 닮은 사람(Reflection of You)

다른 여자의 남자를 빼앗는다는 점에서 정희주(고현정)의 불륜은, ‘언페이스풀’의 카니(다이앤 레인)보다 치명의 깊이에 한 걸음 더 들어간다. [Netflix]

다른 여자의 남자를 빼앗는다는 점에서 정희주(고현정)의 불륜은, ‘언페이스풀’의 카니(다이앤 레인)보다 치명의 깊이에 한 걸음 더 들어간다. [Netflix]

영화 리뷰

영화 리뷰

불륜의 끝은 잔인했다. 연하의 남자에게 급격하게 무너져 내린 두 여인. 한 번의 섹스, 단 한 번의 외도로 그들은 누렸던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르가 불륜 치정극이다. 다이안 레인 주연의 2002년작 ‘언페이스풀’은 대표적인 불륜 영화다.
 
남부러울 것 없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유부녀 카니가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젊은 남자 폴과 불륜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그 불륜의 결말은, 급기야 남편(리차드 기어)이 폴을 살해하는 사건으로까지 이어진다. ‘위험한 정사(Fatal Attraction)', ‘나인 하프 위크’ 등 에로틱 스릴러의 대가 에이드리언 라인의 작품이었다.  
 
지난해 말 고현정의 복귀 드라마로 관심을 끌었던 JBTC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의 키워드 역시 불륜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로 화제가 됐던 이 드라마가 ‘Reflection of You’라는 제목으로 넷플릭스에 올라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스토리의 유사함에 ‘언페이스풀’을 떠올렸다.  
 


화가이자 작가로 욕망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룬 커리어우먼 정희주(고현정)가 연하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끝내는 의도하지 않았던 것들이 비극으로 치달으며 끝내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결말, 아내의 불륜을 알고 있지만, 아내의 애정 행각을 감춰 주려는 남편의 배려(?), 그리고 남편이 상대남에게 접근, 치명적 사건으로 이어지는 내용은 두 드라마가 지닌 공통점이다.
 
고현정과 레인 모두 40대 후반임에도 남다른 미모를 유지하며 여전히 매력을 분출하는 배우라는 점도 흡사하다.  
 
불륜은 시청률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연’의 남발이다. ‘너를 닮은 사람’은 정소현의 동명 단편소설에 기반한 드라마이다. 전개와 설정, 결말이 완전 다르다.  
 
단편의 줄거리가 16부작으로 늘어나다 보니 반전이 너무 우연에 의존한다.  
 
남발되는 우연은 사실 한국 드라마가 전반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들어서야 할 장면이 진부한 우연으로 대치돼 버린다. 관객은 이미 말도 안 되는 설정에 길들여져 있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말도 안 돼”가 반복되면 그건 작가들의 역량 문제이고, 관객에 대한 무례함이다. 한국의 드라마는 이제 한국인들만의 드라마가 아니다. 세계가 보고 있다.  
 
상상력의 한계라는, 작가들에게 있어 늘 고민인 문제. 상상력은 정말 타고나야만 하는 것일까. 플롯은 상상력으로 풀어가야 한다. 나쁜 드라마와 좋은 드라마의 차이는 풍부한 상상력에 있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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