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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이야기] 현대 아파트의 시작

한국식 아파트 경제개발 과정의 결실
북한에도 전파 50만불 고가 거래까지

지난주에 이어 아파트 이야기를 더 해 보자. 이미 로마 시대부터 있었던 공동주택의 한 형태인 아파트의 현대화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1920년대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인 르코르뷔지에가 지금과 같은 현대적으로 구상한 계획안을 내어놓은 것이 시작이다. 원래 수도 파리의 빈민 구제안으로 기획된 그의 아이디어는 주거목적으로만 이루어진 보통의 아파트와 달리 한 마을을 거대한 빌딩 안에 수직 도시의 형태로 되살려 보겠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2층 어느 구역은 유치원, 5층 어디에는 수퍼마켓을 들이고, 옥상에는 정원 및 수영장 등 건물 곳곳에 생활시설과 커뮤니티 시설을 배치해두는 것이었다.
 
그러나 밀착된 공동 주거를 싫어하는 유럽인의 특성과 이미 기존 건축물로 꽉 차 있는 도시의 문제로 도심 안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계획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서유럽이나 북미의 대도시에는 실제로 한국과 같은 단지형 고층아파트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그의 혁신적인 기획안은 실제로 많은 건축가에게 영향을 미쳤고, 이후 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인 마르세유에서 실현되어 많은 아파트가 건설되었다. 그러나 이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현재는 빈민들과 이민자들의 주거지로서, 건물 전체가 비었거나 내부의 유닛들도 많이 비어있으며, 편리시설도 빈약하여 생활환경도 좋지 않고, 치안 문제도 심각하여 폭동의 근원지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후에 이런 종류의 아파트 건설은 당시 소련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들에서 대규모로 이루어지게 되어 도시 곳곳에 삭막한 시멘트 정글이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1960~90년대의 한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은 급격한 발전 과정에서 오는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하게 이러한 실험적인 방식을 거쳤고, 몇 번의 실패를 통해 결국 성공하였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 시작된 현대식 아파트가 지금은 대규모의 아파트단지가 전국 곳곳에 건설되어 한국의 대표적인 주거 공간이 되었다. 특히 한국 아파트의 구조나 공간 구성은 유럽이나 일본과는 달라서 한옥에 가까운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한편 북한은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 평양재건에 착수하면서 다수의 공동주택을 건설했다. 당시 평양의 인구는 40만명에 달했지만 도시 전체가 쑥대밭이 된 상황이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많은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 시기에 조립식 공법을 통해 단기간에 많은 주택을 건설하였는데 현대식 아파트에 비하면 질이 현저히 떨어지지만, 주상복합 형태의 공동주택이었다.
 
북한에 본격적인 고층아파트 건설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로 이 시기에 건설된 아파트들은 대부분 베란다가 없었는데 1980년대 남북교류 과정에서 남한식 아파트가 북한에 소개되면서 시멘트와 벽돌 등을 가지고 베란다를 만들어 붙인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대충 만든 베란다는 안전을 무시한 엉터리 공사로 붕괴 사고가 잦았다. 이것 말고도 평양 시가지에 늘어선 아파트들은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지어진 것이 면이 더 많아 시설도 미비하고 부실공사로 인한 피해가 많은 허술한 것들이었다. 이후 2000년대부터 평양의 고급 거주지에는 붉은색 벽돌로 고급아파트가 지어졌으며 2014년에 지은 최고급 아파트의 경우 입주권이 최대 50만 달러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이전 아파트들의 가격이 약 2~3만 달러로 추정된 것에 비하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처럼 국가 소유인 아파트가 고가에 거래될 수 있는 것은 민간자금의 유입 때문이라니 흥미롭다.
 
▶문의: (818)497-8949  

미셸 원 / BEE부동산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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