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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칼럼]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

숲속을 헤매던 골디락스가 오두막을 발견한다. 골디락스는 죽 세 그릇을 발견하는 데, 첫 번째 아빠 곰의 죽과 두 번째 엄마 곰의 죽은 너무 뜨겁거나 차가웠지만 세 번째 아기 곰의 죽은 딱 적당해 맛있게 먹는다. 배가 불러진 골디락스는 너무 딱딱한 아빠 곰의 침대나 너무 푹신한 엄마 곰의 침대 대신 적당히 안락한 아기 곰의 침대를 택해 깊은 잠에 빠진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경제도 과도하지도 너무 모자라지도 않을 때 좋다. 금리와 환율이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자산 가격은 적정한 속도로 서서히 올라주는게 좋다. 이러한 상태를 골디락스 경제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물가가 너무 높다. 주유소에서 가득 주유하기가 부담스럽고 마트에서는 카트에 물건 담기가 망설여진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두 달째 전년동월대비 8%넘게 상승했다. 이에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을 도모하는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가 나섰다. 3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정책금리를 인상했고 6월부터는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줄여 유동성을 흡수할 것을 예고했다.
 
그런데 연방준비제도의 이러한 움직임으로 팬데믹에서 막 벗어난 미국경제가 의도치 않게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첫째 조달비용 증가가 기업 이익을 낮추어 주가가 하락하고, 높은 모기지 금리로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 둘째 금리인상으로 기업의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 설비투자 축소는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을 줄여 오히려 물가를 더 올릴 수 있다.
 


또한, 중앙은행의 정책 수단은 주로 수요 조절을 통해 경기의 진폭을 줄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최근의 문제점은 상당부분 공급 부족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통화정책으로 미국-중국 갈등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붕괴된 글로벌 공급망을 해결하거나, 노동시장의 불균형으로 인한 임금상승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연방준비제도의 움직임에도 물가가 쉽게 낮아지지 않는다면 경제는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
 
당분간 골디락스 경제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워보인다. 어쩌면 곰 세마리 이야기 말미에 골디락스가 오두막으로 돌아온 곰 세마리를 보고 기겁을 하고 도망간 것처럼 우리도 경기침체와 맞닥뜨려야 될지도 모르겠다. 현재로서는 연방준비제도가 민첩하게 움직여 경기침체에 이르지는 않도록 응원함과 동시에 스스로 위험 대비능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 자기계발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저축을 늘려 위험과 싸울 힘을 길러야 한다. 또한 위험자산은 줄이고 분산투자를 통해 보유자산의 위험을 낮춰야 할 것이다.
 
경기침체가 임박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을 수 있다.

김태현 / 뉴욕사무소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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