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여인, 미신과 가부장에 맞서다
'에베레스트의 날' 영화
파이어 인 더 마운틴스 (Fire in the Mountain)
에어비앤비와 틱톡의 시대는 샤머니즘과 오랜 가부장적 전통을 유지해온 히말라야의 작은 마을에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관광객이 몰려오면서 지역 사회에 소용돌이가 일어난다. 전통 속에 묻혀 있던 부조리들이 지옥처럼 느껴지기 시작하고 그에 저항하는 한 현지 여성의 투쟁이 시작된다. 절대불변의 우주의 법칙인 어머니의 모성이 그녀를 투쟁하게 할 뿐, 페미니즘 따위는 그녀의 마음속에 없다.
‘파이어 인 더 마운틴스’는 미신을 숭배하는 히말라야 산맥 기슭에서 그 지역의 전통적 가치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여성의 이야기이다. 영화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아짓팔 싱(Ajitpal Singh)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그는 샤머니즘에 가족을 잃은 자신의 비극적 스토리에서 영감을 얻어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히말라야 산골, 푸른 언덕, 폭포, 눈 덮인 산꼭대기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기 위해 도시로부터 사람들이 몰려온다. 홈스테이를 운영하는 마을 사람들이 버스에서 막 내린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다.
세 자녀의 엄마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찬드라(비남라타라이)는 몇 차례 가격을 내린 끝에 한 가족을 집으로 데려오는 데 성공한다. 늘 집안일로 걱정이 가득하지만 무능하고 술만 마시는 남편을 사랑하는 아낙의 마음이 그녀의 표정에서 읽힌다.
작은 체구, 차분한 성격의 찬드라에게 제일 큰 염려는 다리가 불편해 스스로 걷지 못하는 막내아들이다. 마을에 기반 시설이 없어 엄마는 아들을 등에 업고 진흙탕 길을 오르내려야 한다.
찬드라는 관리들과 줄이 닿아 있다고 말하는 모텔 주인에게 길 공사를 위해 로비를 한다. 그리고 아들의 교육을 위해 모아 놓은 돈을 건넨다. 남편은 ‘엉뚱한’ 지출을 하는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녀가 저주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내가 모아 놓은 돈을 훔쳐 굿판을 벌인다.
싱 감독은 무자비할 정도로 낙후된 남자들의 사고방식과 샤머니즘에 온몸으로 저항하는 찬드라의 고달프고 헌신적인 삶을 그리는 데 주력한다.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아도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차 있는 시골 아낙 찬드라는 착하고 순박하기만 하다. 결국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그녀의 갈등과 희생이 안타깝다. 오염되지 않은 히말라야 산골의 청정함이 라이의 연기를 통해 진솔하게 표현된다. 영화는 유머와 아이러니로 이어지는 가운데 따뜻한 톤을 잃지 않는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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