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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평생 내가 남긴 쓰레기 얼마나 될까

5월은 1년 중 가장 큰 불교 행사인 ‘부처님 오신 날’이 들어있어서 스님들에겐 기쁘고도 분주한 달이다. 부처님 오신 날 행사가 지나고 나는 며칠 동안 몸살을 앓았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방은 물론이요 도량 곳곳에 아직도 치워야 할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기력은 없는데 주지 소임을 살다 보니, 습관적으로 도량에 치워야 할 것이 먼저 눈에 띈다. 하다못해 부처님 전에서 뭉개지도록 피고 진 꽃들도 온통 치워야 할 쓰레기로만 보였다.
 
흐드러진 ‘낙화’를 바라보며 ‘내 인생도 이리 곱게 피었다가 살아생전의 잘못일랑 고이 접어 사뿐히 지면 좋겠구나’ 싶었다. 늘 그렇듯 낙화를 치우는 것은 승려에겐 그리 싫지만은 않은 일거리다.
 
몸은 힘든데, 쓰레기가 만만치 않았다. 분명 행사 당일에 많이 치웠는데도, 여전히 크고 작은 쓰레기가 나왔다. 작은 절에서 쓰레기가 이렇게 많이 나오면 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행사 하나 치를 때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가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구를 위해 나무 한 그루 제대로 심은 적도 없는데, 나는 일생 얼마만큼의 쓰레기를 남기고 이승을 떠날 것인가. 남을 위해 산다면서 이래도 될 일인가. 궁시렁궁시렁…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복잡한 머릿속을 헤집었다. 수도 서울에 사는 수도승인지라 청소를 하면서도 쓰레기 분리수거 날짜를 다시 챙겨보았다.
 


코로나 이후 우리나라의 하루 평균 쓰레기 배출량이 50만t을 넘어섰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정말 이러다간 푸른 청산이 아니라, 머지않아 쓰레기 산에 둘러싸여 살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최근 전 세계는 코로나 말고도 한파에 폭설, 초대형 산불까지, 극심한 이상기후 현상에 몸살을 앓았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들이 결국은 우리 인간이 초래한 과보 아니겠는가.
 
지금까지 우리에겐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있었다. 돈이 필요하다고 하니 사과를 따 돈을 마련하게 해주고, 살 집이 필요하다 하니 나무를 잘라 집을 짓게 해주고, 바다에 가고 싶다고 하니 밑동을 잘라 보트를 만들게 해주고, 노인이 되어 돌아오자 베이고 남은 그루터기에 앉아 쉬라고 했던 그 ‘아낌없이 주는 나무’ 말이다. 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베풀고 휴식처가 되어 주었는데, 인간은 일생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을 훼손하는 일만 하다가 세상을 떠나는 것 같다.
 
세제를 맘껏 풀어쓰고, 물을 펑펑 써대고, 플라스틱 함부로 버리고… 기업까지는 모르겠고, 생활면에서만 보면 자연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이라곤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오래전, 청담 큰스님께서는 계곡물에서 머리 감는 스님에게도 물 아껴 쓰라며 호통치셨는데, 그 음성이 다시금 필요할 때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땐, 중이 머리 감아 봤자 물이 뭐 얼마나 든다고 그러실까 싶었는데, 세월이 흐르고 보니 큰스님은 이리될 줄 이미 아셨나 보다.
 
물건도 문제다. 젊어서는 어떻게든 내 공간을 좋아하는 물건으로 채우느라 낭비했다. 인생을 물건으로 채우면 안 되는데, 빌려보면 되는 책도 쓸데없이 사들여 꽂아두고는 저 혼자 좋아했다.
 
정신 차리고 둘러보니, 다 부질없다. 아니 지금은 물건을 정리하고 치우는 데 또 공을 들인다. 책뿐만 아니라 옷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죽고 나면 결국엔 쓰레기로 남아 먼지로 돌아갈 텐데, 답답한 노릇이다. 버리는 것도 분류하고 나누며 정성껏 정리해야겠다.
 
아마도 인간은 적게 가지고 만족하며 사는 삶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5월을 몇 번이나 싱그럽게 맞이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면, 자연을 대하는 태도도 적극적으로 바꿀 수 있다. 후손뿐만 아니라, 내생의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자연을 향해 더 배려하고 아끼며 친절하게 살자.
 

원영스님 / 청룡암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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