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스테이시 박 밀번’을 아십니까
나는 인터넷 검색할 때 구글 크롬을 사용한다. 이유는 가끔 ‘Google’이라는 로고가 다양한 그림과 함께 영웅들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쌈박한 아이디어로 만든 동영상은 100년에 태어난 과학자를 만나게 만들고 재즈 가수의 노래를 소개했다. 만화를 곁들인 게임 동영상이 뜬다면 하루에도 몇 번씩 눌러서 즐거움을 느끼곤 했다.지난 5월19일은 독특한 그림이 구글 로고 대신 올라왔다. 하와이 꽃과 함께 호랑이 꼬리에 감긴 안경을 쓴 여자의 그림이었다. 몇 번은 그냥 지나치다 결국 호기심에 나는 그 이미지를 클릭을 했다.
그러자 모니터에서는 폭죽이 터지듯 색색의 종이와 하와이 꽃이 화면 아래로 흘렀다. 나는 그 화려함에 여러 번 마우스를 클릭하며 쏟아지는 색종이를 즐겼다. 그리고 휠체어에 앉아있는 안경 낀 여자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누굴까.
스테이시 박 밀번(Stacey Park Milburn), 그녀가 백인 아버지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라는 사실에 놀랐고, 그녀의 삶이 33세 끝이 났다는 것, 그리고 그녀가 선천성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글을 읽는데 슬픔이라고 할 수 없는 감정이 압력기로 누르는 듯 가슴으로 전해졌다.
해외에서 상을 타거나 주목을 받게 되면 한국인 피가 반만 섞였어도 한국인이라고 서로 앞 다퉈 언론매체에 오르내리던데 왜 그녀의 이름은 한국 사회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을까. 장애인이라서 그랬을 거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려웠다.
동영상에서 접한 그녀의 생전의 모습은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힘들어 보였다. 그럼에도 16살부터 그녀는 장애인 권익을 부르짖었다. 불필요한 수술을 반대했고 편견 없이 장애인에게 공정한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글을 쓰고 연설을 했다. 지적 장애인을 위한 대통령 위원회에 임명되었던 그녀는 2년 동안 오바마 행정부에 조언하는 등 장애인들의 소통창구가 되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2020년에 세상을 떠났다. 팬데믹 사태로 병원 시스템이 엉망이 되었던 그 시절이 아니던가. 빠르게 진행되던 신장암 수술이 연기되었고 수술 합병증으로 33살 생일날 세상을 떠났다고 위키피디어에 적혀 있었다.
지난 코로나바이러스 기간 동안 세상은 경직되었다. 당연히 신체적인 장애로 활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사각지대로 몰리기 마련이다. 그때도 그녀는 뜻을 같이하는 친구와 함께 오클랜드 야영지 노숙자에게 전할 손소독제, 마스크 등을 넣은 질병예방 키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녀의 삶을 들여다 본 그날 하루는 여러 생각에 잠겼다.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경영학 석사 공부까지 취득한 그녀의 성실과 집념 때문이 아니다. 누군가의 권익을 대변하는 일에 앞장서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고 후원자를 구하지 않으면 그 뜻을 펼치기 어렵다. 그런 그녀의 업적을 구글은 세상에 소개했다.
눈으로 보기에 화려한 업적에 열광하고 번듯한 무대를 쫓아다니는 세상에서 지금, 나는 어느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권소희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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