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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시름의 세계

세상을 살다 보면 시름이 많습니다. 시름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저 시름이 적기만을 바랄 수밖에요. 고려가요 청산별곡에 보면 우는 새에게 자고 일어나서 울라고 합니다. ‘울어라 울어라 새여 자고 일어나 울어라 새여. 너보다 시름이 많은 나도 자고 일어나서 우니노라’라는 노래입니다. 저는 시름이라는 부분을 외울 때마다 그 허전함이 느껴집니다. 작가는 시름이 너무 많아서 울다 지쳐 잠이 든 것이겠죠.  
 
 시름이 많으면 어떻게 될까요? 저는 시름의 의미를 ‘시름시름’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시름과 시름시름의 어원적 공통점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만 저는 걱정이 많으면 앓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름이 많아서 잠을 못 이루고, 먹기도 싫어집니다. 소화도 안 되고, 몸이 하나둘 망가집니다. 시름이 시름을 낳습니다.
 
 시름은 ‘싫음’과도 발음이 비슷합니다. 거의 동음어라고 할 만합니다. 물론 의미도 통합니다. 싫은 게 있으면 걱정이 됩니다. 걱정이 깊어집니다. 싫은 것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사람이 싫을 수도 있고, 일이 싫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음식이나 동물 등 싫은 대상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싫은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아닐까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다면 어떨까요? 싫음은 시름을 낳습니다. 싫은 일이 적어져서 시름도 사라지기 바랍니다.
 
 그래서 시름은 슬픔과도 연결이 됩니다. 슬픔은 사실 ‘싫다’와 관련이 있는 말입니다. 옛말에서는 ‘   다’라는 말이 싫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리고슳     다에서 파생된 말이 바로 슬프다입니다. 앓다에서 아프다, 곯다에서 고프다가 나온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싫은 게 많은 것은 슬픈 일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몸이 아프고 걱정이 많은 것은 모두 싫은 일이고, 전부 다 생각하기도 싫은 슬픈 일입니다.  
 
 시름과 의미와 소리가 비슷한 말로는 ‘시들다’를 찾을 수 있습니다. 시름을 찾다가 만난 단어인데 시름이 많으며 시들시들해지는 느낌입니다. 시름이 깊으면 몸에 힘이 없어지고, 삶의 의욕이 사라집니다. 당연히 몸도 마음도 시들어 가는 겁니다. 두 단어의 관련성을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닮아있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시름을 없애는 놀라운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언어로 꾸는 꿈입니다. 시름과 비슷한 발음의 단어 하나를 볼까요? 바로 ‘시큼’입니다. 시다는 말에서 나온 단어입니다. 주로 신맛이지만 좋은 느낌이 적을 때 쓰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표현을 ‘새콤’으로 바꾸면 느낌이 아주 달라집니다. 입안에 침이 돌 정도로 맛있는 느낌이 납니다. 일종의 모음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밝은 느낌의 모음을 쓰면 어휘의 느낌이 달라집니다.
 
 자, 그럼 시름도 ‘새콤’처럼 모음을 바꾸어 볼까요. 시름이 바뀌면 ‘새롬’이 됩니다. 새로움을 줄여서 표현한 말입니다. 저는 시름을 없애는 방법으로 ‘새롬’을 듭니다. 새로운 일을 찾고 새로운 곳에 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지난 걱정을 잊습니다. 시름은 걱정입니다. 시름은 풀어야 합니다. 마음속에 맺혀있기에 시름은 풀어야 한다고 했을 겁니다.  
 
저는 걸으면서 시름을 풉니다. 시름을 잊습니다. 산에 가서, 숲길을 걸으면서,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시름을 잊습니다. 세상이 싫다는 생각을 잊고, 슬픔을 잊고, 더 이상 시들지 않으려 합니다. 이렇게 날마다 시름을 비우고 나니 다시 채울 새롬, 즉 새로움이 기다려지네요. 시름의 세계를 서서히 벗어나고 있습니다. 하늘 푸르게 날아오르는 느낌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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