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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춥고 어두우면서도 밝은 나라

-아이슬란드 여행기(1)

지구는 둥글고 해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이 엄연한 진실을 확인하고 체험하는 데 오랜 세월이 필요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서른에 뉴욕으로 온 나는 아침이면 해가 뜨고, 저녁에 노을이 진 후 어두워지고, 긴 겨울이 지나면 대지가 녹는 봄이 오고, 여름이 무척 덥고, 가을에 낙엽이 지는 것을 자연의 이치로 생각했다. 우리와 다른 기후에 사는 사람을 미쳐 생각하지 못했다.  
 
1988년 모스크바를 여행하면서 깜짝 놀랐다. 지금처럼 5월 중순이었는데 저녁 9시가 넘어서까지 크렘린 광장은 밝았고 사람들로 가득했다. 모스크바가 뉴욕보다 훨씬 북쪽에 있다는 사실을 잊고 그저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이때부터 지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15년 전 알래스카의 데날리 국립공원을 여행했다. 여름이었는데도 무척 춥고 바람이 강했고 밤 10시경까지 환했다. 그들은 여기를 ‘극한의 땅’이라고 말했다. 그 후 몇 년 후 남쪽 극한의 땅, 아마존을 여행했다. 겨울이었는데 무덥고, 밤이 짧았다. 더 남쪽으로 내려가 에콰도르를 찾았다. 이 나라 이름은 적도(Equator)에서 유래되었다. 적도가 가까워 1월인데도 무덥고 밤 11시까지 사람들이 바닷가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그리고 적도에 발을 디뎠다. 마추픽추 잉카 유적을 견문하기 위해 페루여행 길에 수도 리마에 있는 적도 관측소를 찾았다. 이곳은 일 년 내내 같은 시간에 해가 뜨고 진다. 밤낮의 길이는 항상 같아(엄밀하게 말하면 낮이 14분 길다), 사람들은 시계를 안 봐도 대충 몇 시쯤인지 짐작한다. 페루에서 해발 1만4000피트, 티티카카 호수를 찾았다. 여기서 고도가 사람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감했다. 이곳은 산소가 부족해 옥수수가 잘 자라지 않고, 나무도 작은 것밖에 없었다. 호수의 물고기가 작았다. 산소 부족으로 큰 고기는 생존할 수 없다. 수백 년 전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잡아 와 광산에 투입했더니 호흡 장애로 하나둘 쓰러졌다. 이들을 바닷가 농장에 내려보냈더니 모두 일을 잘했다고 한다. 여행자 중에도 고산병으로 코피를 쏟는 사람이 있었다.  
 
아이슬란드는 뉴욕에서 비행기로 5시간 정도 걸린다. 아일랜드보다 조금 가까운 북유럽, 대서양에 떠 있는 뉴저지 면적의 섬나라다. 인구는 35만, 플러싱·베이사이드 인구의 3배 정도다. 그러나 여행을 하면 온 땅이 텅텅 비어 있어선지 무한정 넓게 느껴진다. 집이 없고, 농작물도 자라지 않은 버려진 땅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사는 집도 가구가 없으면 실제보다 넓어 보이지 않는가. 아이슬란드 북쪽은 북극에서 아주 가깝다. 바로 위에 있는 그린란드(덴마크령) 위가 북극(Artic), 이곳은 여름은 항상 낮, 겨울에는 온종일 밤이다.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커자비그(Reykjavik)에서 북극까지는 약 500마일, 5월 중순 자정 경에 커튼을 열었다. 캄캄한 어둠이 아니라 저녁노을 비슷할 정도로밖에 얼마든지 걸어 다닐 수 있었다(White Night). 반대로 생각하면 12월, 1월은 낮이 없다. 겨우내 춥고, 눈 내리는 어둠 속에 살아야 한다. 다행히 전기요금이 싸 불을 밝히고 난방이 가능하지만 시골은 아직도 갇혀 살아야 한다. 겨울이 되어 남극으로 가면 일 년 내내 밤이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집을 안고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철새들은 겨울을 피해 따뜻한 기후로 갔다가 여름이 오면 다시 찾아오는데 사람들은 혹한의 불모지에서 동면해야 한다. 그런데도 여행 중 아이슬란드의 어둠 속에서 밝음을 보았다.

최복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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