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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조개 알러지

흔적도 없이 바수어진 살점이
 
먼 시간을 거슬러 성난 피의 계보에 닿으면
 
잘려나간 신경들을 불러모아
 
두 주먹 불끈 쥐고 일어선다
 


내 어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
 
오백년 전 어느 전투에서 백기 들고내민 손을
 
잡지 않은 탓일까 아니,
 
죽도록 사랑하다 이별한 연인이 못다 한 말
 
물속에 토해내지 못하고
 
지상의 독한 소금물에서도 앙다물고 있던 입
 
눈먼 연인의 식탁에 올라 이제 와
 
무슨 말로 엉켜버린  마음을 풀어
 
돌아선 피의 역사를 다시 쓸 것인가
 
죽어서도 섞이지 못하는
 
희고 말랑말랑한 살
 
그 질긴 유혹을 씹으며

윤자영 / 시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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