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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잊어버린 한국말

요즘 눈이 건조해서 불편하다. 나이가 들어가니까 여기저기서 고장 신호가 나온다. 일기장을 펴보니 작년 8월에 안과 진료를 받았다. 거의 1년이 다 되어 간다. 안과 병원 예약을 하고 얼마 후 병원을 찾았다.  
 
내 바로 앞에서 팔순이 넘어보이는 노부부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의사가 파일을 들고 나와 노부부를 진료실로 안내했다.  
 
그런데 남자 환자가 자기소개하는 소리가 진료실 바깥까지 들렸다. 미국 생활이 50년이 넘었고 미국 주류사회에서만 생활해 왔기 때문에 한국말이 불편하고 서툴다고 말한다.  
 
부인이 옆에서 자신의 남편은 집에서도 영어로 이야기해서 영어를 잘 못하는 자신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말투가 남편이 한국어를 잘 못해 이해해 달라는 뜻보다는 영어를 능통하게 잘 한다는 자랑이 더 느껴졌다. 마치 미국에 살면 영어를 잘하고 한국말을 잘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투였다. 모든 말을 한국어 반, 영어 반으로 했는데 한국말을 거의 잊어버렸다고 당당히 말하는 태도가 귀에 거슬렸다.  
 
그렇게 한국말 사용이 불편하다면 영어를 쓰는 의사에게 가면 될 일이다. 한국 의사를 찾아와 자신이 한국말 못하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할 필요가 없다.  
 
살다 보면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만난다. 미국에서 오래 살다 보면 한국어를 잊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한국어를 못하는 것이 전혀 창피하지 않다는 태도와 대신 영어를 잘 하면 된다는 식의 말은 이해할 수가 없다.  
 
한국어는 이제 세계의 언어가 되고 있다. 타인종 중에서도 자발적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 이민자가 한국말을 못하는 것이 떳떳한 일은 아니다. 미국에 살면서 영어 잘 못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한국어를 잊어버리는 것도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다. 

이산하·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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