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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사랑은 늙지도 않아

이기희

이기희

사고가 발생했다. 맛난 김치 담가주시던 할머니가 잔디밭에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다. 남편은 폐암으로 돌아가시고 노인 거주 마을에 혼자 산다. 피붙이가 없어 강아지가 자식이다. 이래저래 연락 받고 수술환자 대기실에 모인 사람들은 쓰러진 할머니를 발견한 옆집 할아버지와 할머니 친구, 모두 한국사람들이다.
 
수술은 두 시간쯤 걸린다고 했는데 감감 무소식이라고 난리들이다. 영어를 못 알아들어 갈팡질팡, 일단 정학한 정보로 환자를 찿는 게 급선무다.  
 
할머니는 도망 잘 가는 강아지 잡으러 나갔다가 강아지 줄에 감겨 옆으로 엎어졌다. 꼼짝도 못했는데 다행히 핸드폰이 있어 뒷집에 사는 할아버지께 도움을 청했다. 할아버지 증언에 의하면 온몸이 마비상태였고 부축도 불가능해 들것에 실어 할머니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고 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고 12시간이 지난 후에 앰블런스를 불러 급히 수술을 하기에 이르렀다.
 
엎어지거나 낙상을 당하면 환자에게 절대로 손대지 않고 응급차를 불러야 한다. 낙상은 넘어져서 몸을 다치는 것을 말한다. 노인에서 주로 일어나지만 모든 나이에서 발생한다. 나이가 들면서 다리 근육이 약해지고 균형감각이 저하되면서 낙상의 위험이 증가된다. 특히 노인 낙상의 발생은 크게 늘어나 뼈를 다치거나 골절을 당해 심각한 손상을 당하거나 합병증으로 사망에까지 이른다.
 


미국의 65세 이상 노인 중 3분의 1 이상에서 연간 한 번 이상 낙상을 경험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의 신체 손상 중 반 이상의 원인이 낙상이다.
 
노인 낙상은 사망뿐만 아니라 중증의 손상으로 삶의 질이 현저하게 감소되는 사회적 문제를 초래한다. 지난 20년간 엉덩이 골절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데 활동수준의 저하에서 비롯된다. 나이가 들면 뼈의 골밀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하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추락과 낙상 예방에 큰 효과를 얻는다. 연구에 의하면, 운동수준을 늘림으로써 골반 골절위험이 40~60% 감소한다고 설명한다.
 
할머니는 엉덩이뼈 골절 봉합수술을 받았다. 수술실에서 금방 나온 얼굴은 석고로 빚은 미이라처럼 백지장보다 더 창백하다. 겨우 얼굴은 알아보고 “혼자 있기 너무 무서워요. 가지 마요.”라며 내 손을 잡는다. 남편도 피붙이도 가족 한 사람도 없이 홀로 수술실에 들어가면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다행히 수술 결과는 양호하고 재활 센터에 입원해 몇 주간 전문치료를 받는 걸로 문제는 해결됐다.
 
할머니는 혼자 살아도 인심이 후하고 음식 솜씨가 좋아 친구가 많다. 여러 사람이 할머니를 방문하고 돕는다. 그래도 지속적으로 강아지도 돌봐주고 집안 챙겨주고 한국말 동무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쓰러진 할머니를 구해준(?) 뒷집 할어버지가 자원봉사자로 발탁됐다. 얼마나 정성스럽게 돌보는지 보기에도 훈훈하다. 친절한 봉사라도 좋고 사랑이면 더욱 좋겠다.
 
사랑은 늙지 않는다. 깊어질 뿐이다. 불꽃 같이 타오르는 성애(性愛)의 신 큐피드나 에로스의 사랑이 아니라도, 가슴 저민 플라토닉 한 영혼의 결합이 아니라도, 밥 먹고 숭늉 마시듯, 매일 살아남기 위해 담장이 넝쿨처럼 엉켜 사는 그런 사랑이여도 좋겠다. 세월이 가도 봄이 다시 오듯, 살아있는 것들 중에 작은 목숨으로 남아 사랑은 향기로 꽃을 피운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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