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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땡큐, 마스터 킴’

‘기장미역’으로 유명한 기장은 부산 인근의 지명이다. 그곳 기장에서는 동해안별신굿이 열린다. 어촌에서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고 평화와 풍요, 뱃사람들의 안전을 빌기 위해 무당을 불러 벌이는 굿이다. 동해안별신굿은 강원도 고성군에서 부산에 이르기까지 어촌에서 행해지는 굿으로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굿을 하는 시기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동해안별신굿의 중심에는 세습무 김석출(중요무형문화재 제82-1호 보유자) 일가가 있으며, 지금 5대째 무업을 이어오고 있다. 3녀인 김동언이 기장지방 오구굿의 예능보유자로 만경창파에서 돌아오지 않는 망자의 혼을 불러 천도하는 굿을 행하고 있다. 김석출은 장구와 태평소 연주, 소리, 춤을 비롯해 악기 제작과 종이꽃 공예까지 두루 능했던 예인이었다.  
 
그의 생전에는 무속음악이나 무업이 소외되었지만 호주 재즈 드러머 사이먼 바커와의 인연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바커는 김석출의 무속음악에 충격을 받고 7년간 17번 한국에 찾으러 왔으나 만나지 못했다가 80세가 된 김석출을 처음 만났다. 명인은 3일 뒤 영면에 든다. 사이먼 바커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영화 ‘땡큐, 마스터 킴’으로 제작됐다. 2009년 더반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아 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는 동해안 뿐 아니라 서해안에서도 마을 주민들의 무사함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의가 열린다. 강신무 고 김금화(중요무형문화재 제82-2호 보유자)는 서해안배연신굿과 대동굿 예능보유자로 풍어제와 만수대탁굿을 성행한 큰 무당이었다. 2004년 백두산 천지에서 대동굿을, 독일 베를린에서 윤이상 선생의 진혼굿을 공연했으며, 1982년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문화사절단으로 미국에서 순회공연을 하는 등 해외 여러 곳으로부터 초청 받아 굿판을 벌였다.  
 


나는 2007년 서울 인사동에서 김금화 만신과 제자들이 이끌어가는 고 백남준 추모굿을 본 적이 있다. 굿은 아침 나절부터 시작해 여러 굿거리를 펼쳐 보였는데 끝 무렵에는 작두타기가 있었다. 노구의 맨발로 날이 파란 작두 위에 올라서자, 군중들은 차마 쳐다볼 수 없어 눈을 감고 있었는데 만신은 작두 위에서 쌀을 뿌리며 국태민안을 염원하고 아들 딸 많이 놓으라고 공수했다. 굿이 끝난 후 운집한 사람들은 색색의 무복을 받아 걸치고 손에 손잡고 석양의 쌈지길 마당을 몇겁으로 돈 적 있다.  
 
우리 민족의 삶과 함께한 무업은 오랜 세월 천시되어 왔지만 무속음악이나 만신의 퍼포먼스는 외국인들에게 특별함과 색다름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교회와 성당이 세워지기 전 시대 여인들은 만신을 찾아가 속 끓는 가슴을 털어놓았으며, 거친 파도와 싸우며 살아가는 민초들은 희망과 절망으로 매달리기도 했다. 또한 곱게 물들인 한지로 종이꽃들을 접어 달아놓고 망자의 넋두리를 들으면서 가족들이 눈물을 닦아내기도 했다.  장구와 징과 꽹과리 장단에 쾌자 자락 날리는 만신의 춤과 사설이 펼쳐지던 굿판은 우리 민족이 신명을 내기도 하고, 한숨을 쉬기도 한 삶의 현장이다.  
 
오늘날 명맥을 이어오는 소리와 춤과 노래와 색채가 어울어짐은 종합예술로서의 의미가 있다. 신앙적 측면을 넘어 전통문화의 한 모습으로 귀중한 자산이라 할 수 있겠다.

권정순 / 전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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