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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메타버스

“아프리카에서 한 노인이 숨을 거두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 아프리카의 현자라 불린 1900년생인 Amadou Hampete Ba는 1962년 유네스코 연설에서 이 유명한 말을 남겼다. 아프리카에서 ‘노인’이라는 말은 머리가 허옇게 센 늙은이뿐 아니라 ‘박식한 사람’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렇게 불리려면 종교나 역사, 자연과학을 비롯해 모든 인문과학에 깊은 지식을 지녀야 했다. 그들에게 한 부족의 역사는 문자로 기록되지 않아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그 방대한 이야기들이 그들의 정신세계를 지탱해주는 뿌리가 되고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노인들은 존경의 대상이었고 살아있는 학교 그 자체였다. 옛날 우리 마을의 촌장이나 인디언 부족사회의 추장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제 세상은 많이 변했고 지금은 가속이 붙었다. 정말 요즘에도 그 노인개념이 통할까?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노인을 피한다. 부담스러워 한다. 요즘 아이들은 별나라에서 온 것 같다. 우리와 마주하고 있는 것은 몸뿐이다. 그들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은 메타버스다. 그들과 우리가 실제 공유하고 있는 것은 물리적인 공간과 시간뿐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삶을 크게 변화시켰다. 그동안 만남과 소통은 우리의 일상이었고 인간애를 실현하기 위한 삶의 방식이었다. 코로나19는 우리를 격리했고 고립된 세상으로 몰아넣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과연 우리는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신조어 언택트(untact)는 이제 우리 사회의 문화가 되었다. 비대면, 원격교육, 줌, 웨비나로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을 맞게 되었다.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등 디지털 미디어에 담긴 세상, 디지털화된 지구, 인간이 디지털 기술로 현실 세계를 초월해서 만들어낸 여러 세계를 메타버스라 한다. 이제 우리는 지구가 속해 있는 유니버스(universe)에서 메타버스와 공존하고 있다. 메타버스를 외면한 사람들은 고립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현실 세계에서 어울림이 중요한 몫을 차지하듯 메타버스에서도 더 다양한 어울림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를 벗어나기 위한, 어울림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더 편하고 다양하게 많은 사람 등과 어울릴 수 있는 세계가 메타버스이다.  
 
역사 이래 호모 사피엔스는 돌을 가지고 여러 도구를 만들고 큰 집단으로 모여 살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한다. 생각하는 능력이 있는 인류, 호모 파베르(Homo Faber)는 19세기 초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도구를 만들고 활용하는 인간으로 다양한 산업화를 이루며 경제적인 부를 축적한다. 그 후 전기, 자동차, 비행기의 발명으로 서서히 생활의 편리함에 젖어 든다. 1980년대부터 급속히 퍼지기 시작한 개인용 컴퓨터로부터 인터넷, 스마트폰은 가히 현대문명의 혁명이라 불릴 만하다. 마우스를 손에 쥐고 태어난 아이들이 디지털 창업주가 되어 성공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 한국처럼 조그만 나라는 천연 지하자원은 제한되어 있지만 두뇌 자원은 무궁무진하다. 날마다 접하게 되는 반가운 소식은 나를 들뜨게 한다.  
 


스마트폰은 이제 우리 신체의 일부가 되었다. 스마트폰 다음 세대는 전자칩과 회로를 몸 안에 이식하여 신체의 타고난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트랜스휴먼(transhuman) 시대가 멀지 않았다. 손에 들고, 손목에 차고, 안경처럼 쓰고, 몸 안에 이식해도 이 모든 아이디어는 인간의 두뇌에서 나왔다. 인간에게는 감성이 있고 인격이 있다. 생각하고, 느끼고, 창조하고, 즐기고 새로운 세계로 진화하게 하는 것도 인간이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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