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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해피 마더링 데이

 나는 SNS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 아니다. 그저 칼럼을 공유하고, 아이들 사진이나 친구들의 근황을 확인하는 수준이다. 이런 내가 팔로우를 다 하는 분이 네분 있다. 한국에서는, 세 개의 암과 싸우면서도 늘 영감과 감동을 주시는 김동호 목사님, 요즘 알게 된 재밌고 신선한 김관성이라는 비교적 신세대 목사님, 그리고 맑은 내려놓음의 지혜가 충만한 법륜 스님이다. 미국에서는 앤 라못(Anne Lamott)이라는 작가를 좋아한다.  
 
내 금요 영어 북클럽 세 번째 책으로 읽은 ‘Traveling Mercies’는 식이장애,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으로 젊은 시절을 보내고 미혼모로 아들을 키운 Anne Lamott의, 인생에 대한, 친구와 이웃의 사랑에 대한, 삶을 지탱하게 해준 크고 작은 은총들에 대한 에세이집이다. 한국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이기도 했던 그녀의 여러 작품은 아주 솔직하면서도 유머 있어 인기가 있다.  
 
앤 라못이 어머니 날이면 올리는 마더스 데이에 대한 글이 있다. 마더스 데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악플에도 불구하고 매년 올리는 이 글에서, 자기는 마더스 데이를 싫어한다고 말한다. 결혼하고 엄마가 되어야 더 훌륭한 여자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이 날이 아주 싫다고. 그리고 미안하지만 세상에는 나쁜 엄마들도 많다고.
 
본인이 좋은 엄마를 가지지 못했다. 엄마는 아버지와 늘 사이가 좋지 않았고, 변호사 공부를 해 하와이로 가 버렸다. 이런 그녀에게 다른 많은 엄마가 있었다. 어릴 적 무릎에 앉히고 말 안 듣는 머리를 빗겨주며 예쁘다고 말해주던 친구 엄마, 그 집에서 잘 때면 안고 기도를 해주던 사랑 많은 절친 엄마, 중독자로 미혼 자녀를 임신한 그녀를 진심 사랑해주며 함께 키우자고 격려해 준 동네 흑인 교회 교우들이 다 그녀의 엄마였다. 예배 시간에 10센트 동전 봉지를 몰래 쥐여주며 홀로 키우는 아들을 친손자처럼 사랑해준 흑인 할머니들, 신앙도 없던 시절 기꺼이 만나 매주 산책하며 이야기를 들어준 예수회 신부님, 힘들 때마다 달려와 준 게이 친구 등이 모두 그녀의 엄마였다고 그녀는 말한다.  
 
마더스 데이는, 엄마가 되고 싶지만 난임, 불임으로 고생하는 여성들, 자녀를 잃은 엄마들, 엄마를 잃은 자녀들, 엄마와 관계가 끊어진 자녀들, 자녀와 관계가 끊어진 엄마들에게는, 마음 깊이 지뢰 폭탄 터지고 총칼 난무하는 상처의 날일지도 모른다. 가족 간의 분열은 생각보다 깊고 흔하다. 안 보고 지내는 형제, 자매, 부모, 자녀 관계가 하나도 없는 가정이 오히려 드물 것 같다는 것이 요즘 생각이다.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은 세상의 모든 엄마들(mothers)과 엄마 역할을 한 사람들(mother figures)에게 어머니 날을 축하하는 센스있는 인사를 SNS에 올렸다. 마더링(Mothering)은 마더스(mothers)만 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엄마 역할을 했던 모든 사람이 이날의 주인공이다. 일 년 중 꽃이 가장 많이 팔리고 식당이 가장 붐빈다는 마더스 데이가 마냥 해피 마더스 데이가 되지는 못하는 많은 사람의 아픔을 생각하게 해주는, 앤 라못의 용감한 또 한 번의 글에 수천개 댓글이 올라왔다. 힘든 마음으로 마더스 데이를 맞이해야 하는 많은 여자의 공감과 감사의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비록 해피 마더스 데이가 되지 못한 모든 사람에게도 “해피 마더링 데이”라고 진심으로 말해주고 싶은 오월이다.

김선주 / NJ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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