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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 미시간호수와 시카고

박춘호

박춘호

최근 시카고 시청이 미시간호수의 물을 캔에 담아 주민들에게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국 물의 주간에 맞춘 이벤트 성격의 캠페인이지만 호수의 물을 담아 식수로 제공하겠다는 발상은 신선한 시도라고 본다. 캔에는 시카고에 거주하는 아티스트들이 디자인한 시카고를 상징하는 작품들이 들어가 있다. ‘Chicagwa’라는 이름도 붙었다. 시카고가 냄새가 고약한 야생 양파라는 뜻의 인디언 말에서 유래됐는데 그 원래 발음에 충실한 단어를 생수 이름으로 삼은 것이다.  
 
시카고를 상징하는, 시카고의 원조격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서울에서 아리수라는 이름의 물을 판매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시카그와라는 물이 아리수나 에비앙과 같은 생수를 대표하는 제품들과 이름을 같이 할 지 궁금해진다.  
 
사실 미시간 호수를 끼고 살아가는 시카고와 인근 도시 주민들은 자연 혜택을 많이 받고 있다. 풍부한 물 자원으로 안전한 식수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첫째다. 서부의 가뭄 사태로 인해 식수원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더욱 대조된다.  
 
시카고서 가까운 인디애나 주에서는 각 가정마다 연수기라는 것을 많이 사용한다. Water softener라고 불리는 것인데 각 가정에 들어오는 물을 한번 걸러서 사용하기 위한 기기라고 보면 된다. 미시간 호수와 달리 물에 석회질 등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그냥 마시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에서다. 시카고 일원에서는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사용될 뿐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카고라는 도시가 호수를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미시간 호수의 중요성은 사뭇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시간 호수의 물이 안전하게 시카고 주민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시카고 시청이 추진하고 있는 납 파이브 개선 공사가 늦춰지고 있다는 사실은 소홀히 다뤄져서는 안될 것이다. 아무리 미시간 호수의 물이 풍부하고 마시기에 안전하다 하더라도 전달 과정에서 오염된다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시카고 시청은 지난 2020년 1500만 달러를 투자해 오염된 납 파이프를 제거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로리 라이트풋 시장 역시 취임 직후 모든 주민들에게 높은 수준의 마시는 물을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현재까지의 실적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약속대로라면 약 400개에서 800개의 납 파이프를 이미 교체했어야 했다. 그런데 현재까지 교체가 완료된 파이트는 고작 60개에 불과하다. 최근 20개월 동안 교체된 파이프가 이 정도다.  
 
교체되어야 할 파이프를 통해 미시간 호수 물을 공급받고 있는 시카고 주민들은 약 40만 가정으로 추산된다. 시카고 시청은 이렇게 더딘 파이프 교체 과정을 공사를 진행할 컨트랙터들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사는 해야 하는데 실제로 공사를 진행할 만한 업체와 인력이 부족해서 주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카고 시청이 물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미시간 호수 물로 만든 생수를 홍보하면서 실제로는 납 파이프 교체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게는 홍보성 캠페인에 불과하겠지만 수많은 시카고 주민들에게는 먹는 물에 관련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일의 본질이 제대로 알려지기를 기대한다.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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