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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닳아버린 흔적이 있는가

오래전이지만 미국에 와서 가장 놀랐던 일 중 하나는 넓은 주차장을 가득 메운 차였고 그중에 같아 보이는 차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전 세계에서 만든 차들이 경합을 벌이는 곳이니 당연했지만, 그때만 해도 거의 같은 모양에 색깔까지 비슷했던 차에 익숙했던 사람에게는 꽤 낯설고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다시 놀란 일도 주차장에서 생겼다. 여전히 개성 만점의 차들이 빈틈없이 주차해 있었고 엉뚱하게 타이어가 눈에 들어왔는데 모든 타이어가 똑같은 검정이었다. 그렇게나 자신을 표현하기 좋아하는 시대에 빨강이나 노란 타이어가 없었다. 갑자기 낯설었고 그래서 놀랐다.
 
위에 얹혀가는 자동차는 모두 달라도, 길과 직접 부딪히는 타이어는 눈에 안 띄는 같은 색이다. 그렇게 보니 마치 세상이 다 변해도, 묵묵히 변하지 않고 험한 길과 싸워주는 반가운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다.
 


개성이 없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알고 보니 자기 자리를 지키려고 검은색이다. 타이어는 고무로 되어있지만, 그 강도를 높이고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탄소 가루인 ‘Carbon Black’과 합성해야 하고 그래서 검은색이 되었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잘난 화려한 세상 속에서 차와 그 안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길을 간 것이 아닌가.
 
그 평생이 닳아 없어지는 것을 봐도 그렇다. 사실 타이어는 옛날 수레바퀴처럼 나무 살과 바퀴를 링으로 묶어준다는 의미에서 나온 단어이다. 영어로 하자면 ‘tie’ 죽 묶는다는 말에서 온 것이다. 그러나 타이어의 험난한 일생을 알아주는 사람들은 여러 일화를 만들어 냈다. 그중 많이 알려진 것이 자동차에서 가장 피곤한(tired) 곳이기에 타이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엔진이 제일 피곤하긴 하지만, 험한 길과 매일 부닥치며 살아가니 꽤 그럴듯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런 험한 길과 끊임없이 갈등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타이어다. 아마도 그에게 남는 것은 닳아버린 상처 자국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엔진에 연결돼 있는 한 나아갔다. 마치 신자가 하나님과 연결되어 있기에 고난 중에도 나아갈 수 있듯이 말이다. 비록 울더라도 나아간다. 예수님의 흔적이 남는 진리의 길이기 때문이다.
 
타이어를 보면서 참된 신자를 찾는 것이 안타깝지만 “믿는 자를 보겠느냐”는 주님의 말씀이 마음에 걸리는 것도 사실이다. 타이어는 닳아도 검은색이다. 고집스럽지만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는 신자가 그리운 것이다.
 
sunghan08@gmail.com

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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