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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데이빗 밀라노 이등병의 유해

박춘호

박춘호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전에 참전한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개봉한 이 영화는 형의 유골을 발굴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어느 깊숙한 산중에서 한국전 당시 사망한 전사자의 유해를 조심스럽게 발굴하는 작업을 비추면서 영화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산중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 도중 채 젊음을 꽃피우지 못한 젊은 병사가 숨지게 되고 50년이 훌쩍 넘어서야 그의 유해가 발굴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장동건과 원빈이 열연한 이 영화는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고 한국 현대사의 아픈 장면을 극적으로 잘 표현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사실 이 영화 같은 이야기는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미군도 포함된다. 최근 유타 주에서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올해 초 한국전 사망 병사의 유해 신원이 파악됐고 유가족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미군은 시카고 출신 데이빗 밀라노 이등병이었다. 밀라노는 1933년 12월 생이었다. 한국전이 발발한 후 그가 참전할 당시 나이는 겨우 17세였다.  
 
유가족들에 따르면 그는 시카고 남부의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오렌지 하나씩을 받을 정도로 형편은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그에게는 여동생이 한 명 있었는데 앞을 볼 수 없는 장님이었다. 동네 친구들이 놀려대면 가만히 다가가 "너는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속삭여 줄 정도로 다정다감한 청년이었다.  
 
그는 과연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공산주의 국가로부터 침략을 받아 위기에 처한 아시아의 작은 나라로 간 그는 곧 전투에서 실종되고 만다. 그 유명한 장진호 전투였다. 장진호 전투는 한국전의 중요한 고비였을 뿐만 아니라 미군 역사에서도 최악의 전투로 기록됐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전투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의 행방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유해가 발굴되고 미국측에 전달될 수 있었던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 간의 2018년 북미정상회담 합의사항 때문이었다. 모두 55개의 유해함이 미국에 전달돼 하와이에 있는 국방부 전쟁 포로 실종자 확인국에 안치됐고 유가족 DNA를 통해 신원이 확인됐다.  
 
밀라노 이등병의 유해는 71년만인 지난주 유타주 솔트 레이크 시티 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전에서 사망한 미군 병사의 유해가 엄숙한 과정을 거쳐 비행기 화물함에서 장례 차량에 실렸고 승객들과 공항 관계자들은 그가 돌아오는 과정을 지켜보며 경의를 표했다.  
 
유가족들이 이제 대부분 시카고가 아닌 유타주에 거주하는 관계로 밀라노 이등병의 최종 안식처는 사막 기후 지역으로 가게 됐다. 태어났던 시카고나 삶의 마지막을 보낸 장진호 인근이 혹한의 기후지역인 점을 감안하면 그는 이제 따뜻하게 쉴 수 있을 것이다.  
 
10여 년 전 취재차 시카고 서버브서 거행됐던 미군 전사 장병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 밀라노의 사례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유해가 발굴됐고 유가족과의 DNA 매칭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후 고향에 묻히는 순간이었다. 오랜 세월 기다린 한국전 참전 용사의 마지막 가는 길을 차분하게 배웅했던 유가족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 한미동맹과 한미혈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경제적, 안보적 이유에서도 두 나라간의 관계는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지만 밀라노 이등병처럼 자신의 생명을 바쳐 한국을 지킨 이름 모를 병사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한국도 존재할 수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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