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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대법 '낙태권 폐지' 초안 파장

판결문 유출에 찬반 논란
"73년 '로 vs 웨이드' 판례
처음부터 터무니없이 잘못"

3일 낙태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뉴욕시 법원 앞에서 연방 대법원 에이미 코니 배럿, 사무엘 알리토, 클로렌스 토머스, 브렛 캐버노, 존 로버츠 대법원 판사 얼굴 사진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상진 기자

3일 낙태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뉴욕시 법원 앞에서 연방 대법원 에이미 코니 배럿, 사무엘 알리토, 클로렌스 토머스, 브렛 캐버노, 존 로버츠 대법원 판사 얼굴 사진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상진 기자

50년 가까이 낙태 합법화를 법적으로 지탱해왔던 ‘로 대 웨이드(Roe vs Wade·1973년)’ 판례를 무효로 하는 연방 대법원의 판결문 초안이 유출됐다.
 
이로 인해 가주를 포함, 전국은 낙태 권리를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총 98페이지에 달하는 판결 관련 의견서 초안을 법원 내부 관계자로부터 입수, 이를 지난 2일 공개했다.
 
사무엘 알리토 연방대법관이 지난 2월 10일 작성한 의견서 초안에는 “로 판례는 처음부터 터무니없이 잘못됐다. 추론은 매우 빈약했고 그로 인한 결정은 해로운 결과를 낳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번 의견서 초안은 지난해 미시시피주가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자 낙태 클리닉인 잭슨 여성보건센터가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작성된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사실상 수십 년간 낙태 합법화의 법적 근거였던 로 대 웨이드 판례 자체를 뒤집는 동시에 낙태를 금지한 미시시피주의 손을 들어주는 셈이다.
 
의견서 초안에는 ‘로 대 웨이드’를 포함, 낙태 가능 기간을 3분기(trimester)로 나누는 것을 폐기했던 ‘플랜드 페어런트후드 대 케이시(Planned Parenthood vs Casey·1992년)’ 판례까지 뒤집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실상 낙태 권리의 법적 근간이 됐던 판결들을 모두 무효로 하는 내용이다.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파기한다고 해서 낙태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의 판결은 낙태권이 헌법적 권리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어서 낙태 규제 여부는 주 정부나 의회의 결정 사항으로 돌아가게 된다.
 
낙태권 옹호 단체인 구트마허연구소는 기존 판례가 무효화할 경우 26개 주가 낙태를 사실상 금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부분 공화당이 우세한 지역들이다.    
 
의견서 초안 내용이 유출되자 워싱턴DC 연방 대법원 주변은 낙태 권리를 주장하는 시위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날 민주당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원내대표 등은 성명을 통해 “지난 반세기 이래로 가장 심각하게 인권을 제한하는 일”이라며 “최악의 혐오스러운 판결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낙태 반대 기관인 수잔비앤서니리스트 마조리 대넌펠저 대표는 “만약 법원의 의견서 내용이 최종 확정된다면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며 “국민은 자신들이 선출한 대표자를 통해 여성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논의를 할 수 있고 그에 따른 법도 제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견서 초안 유출로 연방 대법원은 낙태 옹호 진영으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폴리티코는 이와 관련, “이는 초안(1st Draft)으로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의견서 작성 과정에서 대법관들이 견해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보도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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