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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정은 10년, 발전한 건 핵무기뿐

2012년 4월 많은 이들이 이 젊은 스위스 유학파 지도자가 북한의 새 시대를 열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 후 10년, 희망은 실망으로 변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북한의 변화와 현대화를 시도한 것만은 사실이다.  
 
김정은은 무엇을 이뤘고, 북한은 어떻게 변했나.
 
집권 초기 그는 수차례 경직된 북한 경제를 개혁하려고 시도했다. 협동농장의 처분 작물량을 조금씩 늘리고, 시장과 장마당도 용인했다. 일부 주민의 생활 수준도 나아졌다.  
 
하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개혁은 뒤집혔고 통제경제가 재천명 됐다. 2021년부터 북한 지도부는 계획경제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경제 자유화 측면에서 2012년과는 딴판이고, 식량 문제도 훨씬 나빠졌다. 김정은은 집권 후 첫 연설에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지금 유엔 기구들은 북한의 식량 사정을 경고하고 있다. 굴뚝에서 연기가 안 나면 이웃들이 생사 확인에 나선다는 보고도 나온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돌이켜보면 애초 실패할 운명이었다. 먼저, 경제 자유화와 엄격한 정치 통제 병행은 불가능에 가까운데, 이 둘이 충돌할 때마다 북한은 정치 통제를 택했다.  
 
둘째, 경제 자유화 조치는 늘 엄청난 부패를 불러왔다. 사상(思想) 강국을 강조하는 연설들로 미뤄 북한 내 부패 문제는 심각한 것 같다.  
 
북한은 또 먹여 살려야 할 거대한 군대가 있다. 설상가상, 코로나19로 문을 걸고 식량 수입을 중단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했다.
 
김정은은 대외정책 기조의 변화도 시도했다. 2018년 6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실패하긴 했지만, 김정은이 회담에 나올 용기를 낸 건 사실이다. 북한 원로들의 만류에도 회담하러 왔다던 김정은의 말은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실패할 경우 국내 위상이 치명상을 입는다는 걸 김정은 자신이 잘 알았을 테다.  
 
하지만 김정은은 도박에 나섰다. 그리곤 잃었다.
 
애초 협상 성공에 절대적인 양측의 접점이 없었다. 제재 완화, 핵 사찰, 영변 원자로 등을 둘러싼 디테일보다 중요한 건 북한이 미국의 공격에서 안전하다고 느끼고, 그런 공격이 없을 거라는 미국의 약속이 있기 전엔 핵 포기 프로세스에 절대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초기에 김정은은 내부 조직도 개혁했다. 노동당 규칙을 재정립해 당 대회를 복원했고 당의 활동과 단체도 부활시켰다. 이 덕에 북한의 정치 절차를 어느 정도 예측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모습을 장기간 감추는 일이 반복되면서 이런 안정성은 손상됐다. 북한 같은 나라에서 지도자의 부재는 혼란과 의구심을 낳는다. 북한 체제는 실제 흔들리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북한 바깥 세계를 알거나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도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중국으로 넘어가기도 어려워졌고 외국인 접촉도 크게 줄었다. 2012년 평양에는 외교관, 국제기구와 비영리기구(NGO) 인사 등 서방 출신 수백 명이 주재했지만, 코로나로 국경을 봉쇄한 지금은 거의 없다.
 
김정은 체제에서 유일하게 발전한 부문은 무기 분야다. 집권 후 4차례나 핵실험을 했고 추가 핵실험 우려도 제기된다. 미사일 기술 진전도 엄청나다. 북한군 장비도 개선됐다. 국제사회가 기대한 ‘발전’은 아니다.
 
향후 10년 북한이 나아지길 기대하긴 10년 전 시점보다 더 어렵다. 북한은 해답 없는 문제에 직면해 있고 김정은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도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 이어지고 그가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일도 거듭된다) 가장 나쁜 건 실패를 경험한 김정은이 다시는 경제 개혁과 탈냉전을 위해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건 도전을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지난 2년간 행보로 볼 때 북한은 주체사상으로, 사회·정치·외교적으로 경직된 보수주의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한때 젊은 개혁가로 비친 김정은의 이런 변화 과정이 씁쓸할 따름이다.

존 에버라드 /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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