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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공감'은 정신의 심폐소생술

장수아 사회부 기자

장수아 사회부 기자

하버드대 임상심리학 교수 아서 P. 시아라미콜리 박사는 동생 데이비드가 마약과 범죄 등으로 수배되어 네덜란드로 도망쳤을 때 “그 마음을 이해하고 있으니 삶의 올바른 방향을 찾기 위해 노력하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수차례 전화 통화로 대화한 끝에 마주한 것은 동생의 죽음이었다. 심리학을 공부하며 타인의 마음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던 그에게 동생의 자살은 큰 충격이었다. ‘왜 동생의 징후를 알아채지 못했을까?’ ‘내가 어떤 말을 해줘야 위로가 됐을까?’ 그는 수많은 의문과 고뇌를 안고 평생 ‘공감’에 대해 연구했고, 다른 이들은 자신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저서 ‘당신은 너무 늦게 깨닫지 않기를’을 펴냈다.  
 
모든 인간은 공감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 ‘타인을 공감하라’고 흔히 얘기하며, 사회 내에선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마치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심리학자에게도 쉽지 않은 것이 바로 공감이다.  
 
많은 이들이 공감에 대해 오해를 한다. 그저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아 그랬구나” “저런 힘들었겠네” 등의 말을 반복하는 것이 공감인 줄 알지만 이는 가장 간단한 수준의 ‘기계적 공감’에 불과하다. 이는 사회적 관계 속 학습된 결과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공감은 ‘이성의 영역’과 ‘감정의 영역’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 한국의 한 임상심리학자는 “상대방의 입장에 그의 감정이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이해’와 이해한 그의 감정이나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 그리고 이해하고 수용하고 있음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능력이 ‘공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중 어느 것 하나도 쉽지 않으며 모두 고난도의 대인관계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에서 감정을 빼면 ‘이해’가 남고, 이성을 빼면 ‘동감’이 남는다. 동감은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를 바라보고 느끼는 것으로 연민이나 불쌍하다는 마음은 가지지만 그 사람의 시각과 감정까지 이해하는 노력은 부족하다. 반면 공감은 상대방의 처지에서 그의 시각과 느낌을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상상력까지 필요하다.  
 
이렇듯 많은 노력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공감을 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본능적으로 자신의 자아에 갇혀있는 인간으로서 타인을 자신처럼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공감이 가치 있는 이유는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을 만큼의 큰 능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저서 ‘당신이 옳다’를 집필한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마음이 힘든 사람에게 공감은 정신적 심폐소생술(CPR)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사람에게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라고 묻는 것만으로도 큰 비밀을 털어놓게 하거나 삶을 바꾸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는 것이다.  
 
공감은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 담요를 덮어주는 역할로, 고통 속에 삶과 죽음 사이를 오가는 사람에게 공감은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이해 받고 싶고 위로 받고 싶은 게 인간이다. 그러한 자아를 내려놓고 먼저 손을 뻗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이해를 갈망하는 그 대상 역시 나에게 이해와 위로를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평화는 힘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그것은 오직 서로를 이해할 때만 가능하다”라는 말을 남겼다.  
 
먼저 상대방의 처지에 서서 공감해보자. 그렇게 찾아온 평화는 비단 상대방에게만 유익한 일은 아닐 것이다.   

장수아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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