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노란 나비 날립니다
너무 멀리 있어 함께 슬퍼하지 못했습니다노란 리본도 매어주지 못했고
오열하는 부모님의 손도 잡아드리지 못했습니다
온 바다가 하루 종일 철썩철썩 소리 내 웁니다
빈 책상 위 놓인 꽃마저 머리를 들지 못하고 엎드립니다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동안 내내 움직이지 말라던……
그 말을 믿었지만 이젠 코 밑까지 차오르는 거친 호흡
마지막 숨과 함께 짠 바닷물을 삼키는
그대들의 마음이 헤아려지지 않아
온종일 서성이다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지금도 그대들의 슬픈 얼굴을 지을 수 없어
마음에 큰 빚으로 떠 다니는 파도의 하얀 기억
곡선으로 휘어져 오는 자그마한 외침이 멀어지기 전
바다 같은 미시간 호수위로 노란 나비 날립니다
노란 나비 날립니다
네가 어디로 가는지 난 알지 못한다
힘겹게 산을 넘는 걸 보았고
들꽃 위 긴 여행을 쉬어 가는 걸 보았을 뿐
너의 집이 어딘지 난 알지 못한다
바람에 밀려 날개가 접칠 때
세월의 바닥으로 몸을 피하는 너를 보며
마음을 조렸을 뿐 손을 내밀지 못한다
바다가 보이는 팽목항
바람 심하고 파도 높은 날
멀리 아주 멀리서 너를 보았다
가냘픈 두 날개 힘겨웁게 저으며
바다를 날고 있는 너를 보았다
심한 열병으로 온종일 누워 있어도
일렁이는 슬픔의 높이만큼 파도가 높다
오늘도 심한 바람에 견딜만큼 흔들렸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오늘도 단단해진다
어디로부터 찬 바람이 불어 왔는지
봄 바다는 춥고 다시 얼었다
견디고 견딘 것, 아프고 아픈 마음 찢기어
부서지는 파도 노래를 멈추고, 음표를 지우고
부르고 또 부르다 목이 멘 이름들 마다
봄과 겨울 사이 먹먹한 바다 위 나르는
304마리 노란 나비의 못다한 꿈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말라
차오르는 숨을 짠물에 토해내며 머리를 저어도
한없이 가슴을 쳐 검붉게 멍드는 파도가 운다 (시인, 화가)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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