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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된 전쟁, 우크라이나 비극은 이미 있었다

배드 로드(Bad Roads)

약탈, 폭력, 고문, 강간이 자행되는 동안 전쟁은 가해자, 피해자 모두를 피폐하게 하고 우크라이나 자국민 사이에서조차 도덕적 경계를 부수어 버린다. [Film Movement]

약탈, 폭력, 고문, 강간이 자행되는 동안 전쟁은 가해자, 피해자 모두를 피폐하게 하고 우크라이나 자국민 사이에서조차 도덕적 경계를 부수어 버린다. [Film Movement]

영화 리뷰

영화 리뷰

전쟁의 희생자는 인류다. 어느 전쟁이든, 전쟁에서 발생하는 약탈, 폭행, 고문, 학살, 강간 등의 행위는 궁극적으로 지구상의 인간 모두를 비인간화시킨다. 일상의 언어로부터 시작되는 정신의 피폐함은 때때로 적군이 아닌, 아군으로부터 시작된다.  
 
전쟁이 한창인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현지인의 시각에서 들여다보려면 그곳에서 촬영한 최근의 영화 몇 편을 감상하는 일일 것이다. ‘배드 로드’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고뇌의 울부짖음을 들을 수 있는 영화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1991년 구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일구어 놓은 경제와 민주주의의 가치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리는 순간들의 기록이다.  
 
영화는 현재 러시아의 주 타깃이 되는 돈바스에서 촬영됐다. 돈바스 사람들의 반 이상은 러시아 민족이다. 2014년 친러시아 성향의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 사이에 전쟁이 일어난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이 지역에서의 전쟁은 전면전으로 확대된다.  
 
영화 ‘배드 로드’는 돈바스의 한 켠 샛길에서 벌어지는 위험한 만남들을 4개의 에피소드로 묶어낸 암울한 내러티브들이다. 우크라이나인들이 돈바스에서 살아가고 있는 일상은 상상을 넘어선 참혹한 경험들이다. 아프지만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여기자 한 명이 포로로 잡혀 무차별 폭행을 당하고 검문소에서 맞닥뜨린 아군 군인들은 오히려 자국인에게 심한 모멸감을 준다. 오랜 전쟁으로 몸과 마음이 피로해진 돈바스 시민들은 아군과 적군의 개념에 개의치 않는다. 영화는 비단 군인들과 시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폭행의 현장만을 그리고 있지 않다.
 
돈바스 시민들을 포획하고 고문하고 성폭행을 가하는 자들은 친러 반군들만이 아니다. 어느 할머니는 군인을 짝사랑하는 10대 소녀에게 “그들은 퇴각할 때 우리를 다진 고기로 만들어 버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어느 군인은 한 여인을 고문하며 “게이와 유대인들이 세상의 모든 문제의 배후에 있다.”라고 말한다. 한 젊은 여성이 운전 중, 길거리에서 닭 한 마리를 치어 죽이고 보상할 생각으로 주인을 찾아가지만, 그녀의 양심은 결국 큰돈을 갈취당하고 마는 결과로 이어진다.  
 
전쟁은 사람들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든다. 그리고 황량한 우크라이나 사회 구석구석을 비인간화로 감염시키고 서로를 의심하게 하며 선행의 가치를 붕괴시켜 버린다. ‘배드 로드’는 전쟁의 추악한 현장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로 진실의 개념에 도전한다.
 
런던의 로열코트극장에서 선보였던 자신의 연극 작품을 작가 겸 감독인 나탈리아 보로즈빗이 다시 영화로 각색하여 연출한 작품이다.  
 
2022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부문 출품작.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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