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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지혜만큼은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뷔르크네르 작품을 읽었다. 이전에 지인의 소개로 e-book으로 대충 읽은 적이 있었는데 역시 책은 종이책으로 읽어야 감동이 온다. 그래야만 읽은 내용이 내 영혼의 근육이 되어 살아가는 동력이 된다. 1948년 프랑스 파리 출생으로 파리 정치대학 교수로 재직했고 현재는 출판사 편집인이면서 칼럼니스트로 일하고 있다.  
 
‘죽음보다는 추한 삶을 더 두려워해야 한다’는 브레히트의 말을 인용하며 서문을 연다. 포기- 포기를 포기하라, 자리- 아직은 퇴장할 때가 아니다, 루틴- 시시한 일상이 우리를 구한다, 시간- 당장 죽을 듯이, 영원히 죽지 않을 듯이, 욕망- 아직 이러고 삽니다, 사랑- 죽는 날까지 사랑할 수 있다면, 기회- 죄송해요, 늦으셨습니다, 한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거다, 죽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원- 불멸의 필멸자들, 총 열 개의 주제로 나누어 나이 들어가면서 생의 마지막 날까지 사랑하고 일하고 춤추라고 노래한다.  
 
어느 나이에나 구원은 일, 참여, 공부에 있다. 좋아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늦게까지 하라. 어떠한 낙이나 호기심도 포기하지 말고 불가능에 도전하라, 여행하고 세상과 타인들에게 마음을 열어두어라. 불가피한 것에 동의하고 가능한 한 것들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운명의 다채로움은 늘 사람과의 만남에 있으며 이 만남이 없다면 우리는 삶의 깊이를 얻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만난 타인들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 성공한 삶보다는 자기를 실현한 삶이 더 중요하다. 여행은 오래 지속할수록 좋고 여행길 위에서 우리는 이미 풍요로워진다. 자신의 능력을 통해서 자신을 실현하고 살아온 경험을 통해 자신을 재창조하라 등 영양가 있는 문장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내 주위에 63세가 된 두 지인이 있다. 이 둘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낮과 밤이다. 한 분은 직장에서 은퇴하고 이제 자신을 삶의 가장자리로 밀어 넣고 자신의 삶을 잉여 생명으로 간주한다. 죽어 천국에 갈 덕을 쌓는 데 공을 들인다. 다른 한 분은 이제야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생의 활력이 넘친다. 그동안의 삶은 모두 지금을 위한 준비과정이었다고 한다. 열심히 갈고 닦아 철저한 준비 작업을 마친 후 세상 나들이에 나선다. 미국, 유럽, 중동 등 세상 어디에서나 그를 원하면 그는 달려간다. 그의 작업 뒤에는 끝없는 신체적 물리적 노동이 따른다. 하지만 그는 힘이 넘쳐나고 행복하다. 앞으로 한 20년은 계속 전진하겠다는 꿈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를 믿는다. 나를 결코 실망하게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현실은 옹색하나 가능성은 광대하다.  
 


프로이트도 ‘정신 분석학에 기대해도 되는 것은 현실과의 화해가 아니라 자기역량과의 화해’라고 말한다. 원하는 것을 원하고 할 수 있는 것을 해내라.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것만을 해서는 안 되고 자기 역할을 다 하고, 자기 이야기를 하고, 사랑하고 일하면서 자기 방식 대로 세상에 반응해야 한다. 다채로운 삶을 위해서는 항상 오감을 열어놓고 깨어있으라. 마지막으로 작가는 일침을 가한다. 기술혁신 이후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의 관계는 뒤집혔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인터넷을 가르치느라 바쁘다. 지식과 지혜가 어른에게 있다는 진리가 흔들린다. 지식은 몰라도 지혜만큼은 우리의 것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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