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열린 광장] 문제 파악이 해결의 출발

비슷해 보이는 문제여도 해결책은 다르다. 고기를 구울 때 불판에 달라붙는 경우와 면을 끓일 때 냄비 바닥에 달라붙는 문제가 그렇다. 음식을 가열하면 음식 속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금속원자와 결합하여 달라붙는다. 불판에 고기가 달라붙는 현상은 고기의 단백질이 높은 온도에서 불판의 금속원자와 결합하기 때문이다. 금속으로 된 표면은 눈으로 보이는 것처럼 매끄럽지 않다. 울퉁불퉁한 구조로 음식이 달라붙기 딱 좋게 생겼다.
 
고기가 불판에 달라붙지 않게 하는 방법 하나는 논스틱 코팅이 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다. 논스틱 코팅은 금속 표면의 불규칙한 홈을 메꿔 평평하게 한다. 코팅 재료로 주로 사용되는 테플론과 같은 물질은 웬만큼 가열해서는 단백질과 결합할 여지도 없다. 음식이 팬에 달라붙을 물리적, 화학적 가능성을 모두 차단한다.  
 
코팅이 되지 않은 무쇠팬이라도 방법은 있다. 기름을 팬에 두르고 높은 온도에 이르도록 가열하면 지방산이 분해되고 그 조각들이 모여 중합체를 만든다. 이렇게 형성된 코팅을 파티나(patina)라고 한다. 파티나가 금속 표면의 빈틈을 채우면 고기가 불판이나 팬에 달라붙을 가능성이 줄어든다.
 
불판에 고기가 이미 달라붙을 경우는 해결책도 달라진다. 이때는 그냥 기다리는 게 좋다. 성급하게 고기를 잡아당기면 불판에 고기 조각이 달라붙은 채로 찢어진다. 조금 더 가열해서 고기 표면이 갈색으로 변할 정도로 구워지고 나면 쉽게 떼어낼 수 있다.
 


하지만 면을 끓일 때는 이런 해결책이 통하지 않는다. 냄비에 면을 끓이고 나면 바닥에 면 조각이 눋어붙는다. 언뜻 보기에는 불판에 고기가 달라붙을 때와 비슷하다. 면의 전분 입자가 수분을 흡수하고 부풀어 오르다가 터지면서 풀처럼 변한다. 면의 표면에 이렇게 끈끈한 전분 풀이 만들어지면 면이 냄비 바닥에 들러붙는 원인이 된다.  
 
이걸 막으려면 처음에 잘 저어주는 게 중요하다. 전분이 물에 녹아 나올 때 얼른 휘저어주면 국수 가닥이 서로 달라붙거나 냄비 바닥에 눋어붙지 않는다. 끓는 물에 넣고 나서 처음 1분이 가장 중요하다. 이때 잘 저어주면 전분이 물에 씻겨 녹으면서 국수 가닥이 달라붙을 가능성이 줄어든다. 이때를 놓쳐서 국수 가닥이 이미 냄비 바닥에 눋어붙고 나면 기다려도 아무 소용이 없다.  
 
불판의 고기는 기다리면 표면이 건조하고 단단하게 변하면서 금속 표면에서 떨어지지만 냄비 속 국수 가닥은 그렇지 않다. 물에서 끓는 중이니 건조해질 일이 없다. 아무리 인내심을 발휘해도 해결할 수 없다. 처음부터 달라붙지 않도록 저어 주는 게 최선이다.
 
음식이 조리기구에 달라붙는 문제도 해결책이 저마다 다르다면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문제야 더 말할 것도 없을 거다. 내가 보기에 간단한 문제도 실은 훨씬 복잡하며 해결하기 힘들 때가 많다.  
 
그러니 기억하자. 좋은 해결책이란 문제가 뭔지 잘 알고 나야 얻을 수 있다.

정재훈 / 약사·푸드라이터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