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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정치인들의 직업윤리

2009년 1월 15일. US 에어웨이스 1549편은 뉴욕에서 이륙한 직후 새떼와 충돌했다. 엔진 2개가 모두 꺼졌다.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은 회항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허드슨강에 동체 착륙했다. 기내에 강물이 차오르는 상황에서 설렌버거는 비행기 안을 두 번이나 살폈다. 승객이 모두 나갔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승객 150명 전원은 무사히 구조됐다.
 
직업윤리에 헌신했던 설렌버거의 영웅담은 2016년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을 통해 소개됐다. 설렌버거 못지 않게 인상적이었던 건 전국교통안전위원회(NTSB)였다. 설렌버거가 이미 영웅 대접을 받고 있음에도, NTSB 조사관들은 허드슨강 착륙이 오판일 가능성을 파고들었다. 사고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NTSB 역시 직업윤리에 최선을 다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는 반대로 직업윤리가 마비된 사례다. 침몰 징후가 명백해지자 이준석 선장은 승객들을 배에 머무르도록 한 뒤 탈출했다. 그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선장의 의무를 방기해 승객들을 결과적으로 죽게 한 죄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두고도 은행의 직업윤리 실종을 탓하는 이들이 많다. 재산·소득을 검증하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돈을 빌려줘 부실채권을 양산했기 때문이다. 대규모 정부 구제금융으로 생존한 은행들은 파산 위기에도 보너스 잔치를 벌였다.
 


최근 ‘검수완박’ 논쟁 과정에서도 직업윤리가 거론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입법 저지’ 표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하면서다. 한 후보자는 “침묵하는 것은 직업윤리와 양심의 문제”라며 반박에 나섰다. 그는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에 대해서도 “그냥 할 일이니까 한 것. 직업윤리”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직업윤리가 존재하는 건 모든 직업에 크든 작든 타인의 삶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그렇듯, 직업윤리는 그래서 타인을 배려하기 위한 내면의 다짐에 가까운 모습을 띤다. 정치인들에게는 전문성·공공성, 의사결정의 투명성 등 지켜야 할 윤리적 덕목이 많다. 한 후보자뿐 아니라 새 정부 각료들이 직업윤리를 입으로 외치기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길 기대한다.

한영익 / 한국 중앙일보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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