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폭동은 흑인과 백인경찰의 대치 아닌가요?"
[LA폭동 30주년]
2세들이 말하는 LA폭동
"학교서 배웠다" 극소수 불과
인종학·역사 수업 활용해야
SNS 활용한 자료 제작 필요
LA폭동의 원인이 흑인과 LA경찰국(LAPD) 소속 백인 경찰들의 인종차별 행위로 발생했지만 이로 인해 한인사회가 큰 피해를 입었다는 걸 알고 있는 청소년은 많지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한인타운에 발생한 폭동에 대해 알고 있는 학생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돼 이와 관련된 역사교육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LA폭동 발생 30주기를 맞아 본지가 이경원리더십센터(대표 김도형)와 함께 남가주 거주 라틴계 및 한인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폭동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다. 폭동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학생들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또는 인터넷을 통해 접한 것으로 파악돼 청소년들에게 남가주 한인사를 구체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 대신 온라인서 배워
설문조사 결과 LA폭동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대답한 학생은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24명(67%)이었다. '조금 안다'고 답한 학생들은 11명(26%)이었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 고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LA폭동에 대한 내용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인타운과 멀거나 한인 거주자가 많지 않은 지역이나 타주의 학생들은 모르는 경우가 더 많았다.
몬태나주에 있는 클락포크고교 12학년생이라고 밝힌 에밀리(16)는 "리서치를 해서 알지만 그래도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른다"고 밝혔다.
뉴욕주 존제이칼리지에 재학중인 제시코 로치(19)는 "3년 전 넷플릭스 영화를 통해 본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내용은 '조금 안다'고 답한 학생들의 대부분은 팟캐스트와 음악, 영화 등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관련 내용을 배운 것이다. 이들이 LA폭동을 접한 계기는 지난 2020년 5월 백인 경찰에 의해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었다. 그러다 보니 'LA폭동=흑인과 백인 경찰과의 대치'로 발생한 사건으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밀레니얼 세대 답게 이들은 온라인을 활용해 정보를 접했지만 그 깊이는 낮았다.
유니온고교에 재학중인 코너 존슨(19)이 "누군가의 추천으로 영상을 봤다"며 이후 관련 내용으로 만든 랩 등 음악도 들었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건 모른다"고 말한 것이 한 예다.
반면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학생들은 당시 폭동을 경험한 가족을 통해 듣고 배웠다.
사우스패서디나고교의 셸비(15)는 "다운타운 LA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던 할아버지께 들었다"며 "한인들이 차별을 당했고 이는 소수계를 향한 사회적 불평등"이라고 답했다.
알함브라고교의 줄리사 알바레즈(18)도 "엄마가 당시 폭동 발생 지역에 거주했다고 들었다. 방화를 직접 목격했는데 무서웠다고 말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글록고교의 멜라니아 에스피날(16)은 LA센트럴 지역에서 살았던 아버지의 경험을 듣고 직접 리서치해 학교에 관련 내용을 논문으로 제출하기도 했다.
▶인종학 과목 중요성 커져
설문조사 결과 학교에서 LA폭동에 대해 배웠다고 응답한 학생은 2명에 그쳤다. 옥크몬트고교의 메들린 헤이먼(17)은 선택 과목인 인종학 수업을 통해 들었다고 밝혔다. 헤이먼은 당시 방화와 약탈이 일어난 것은 알았지만 폭동 발생 원인을 "자유를 위한 시위를 방치한 여파"라고 엉뚱하게 표현해 구체적인 내용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음을 드러냈다.
헤이먼의 케이스는 앞으로 한인 커뮤니티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가주는 오는 2026년부터 입학하는 고교생들부터 인종학 과목을 최소 한 학기동안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한 상태라 한인 커뮤니티가 지금부터 움직인다면 한인사를 가르치는 인종학 수업이 많이 생길 수 있다. 가주 교육위원회는 지난해 3월 한인 이민사를 담은 인종학 학습지도안을 채택했지만 실제 이 지도안들이 로컬 교육구를 통해 학교 수업에 반영되려면 학교와 학부모들의 요구가 필수다.
당시 승인받은 학습지도안에 포함된 한인사는 UC리버사이드 김영옥재미동포연구소장인 장태한 박사가 작성한 '한인 경험과 인종간 관계'로, 이 안에는 LA폭동 전후의 한흑 갈등부터 한인 정치인들의 등장과 경제적 성장,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분야에 대한 설명이 포함돼 있다. 한인사회 초창기 이민자이자 커뮤니티 리더였던 도산 안창호의 삶과 전쟁영웅 김영옥 대령, 올림픽영웅 새미 리 박사를 가르치는 학습지도안과 초창기 한인 이민사 및 1920~1945년 사이 미주 한인들의 독립운동사, 20세기 초의 한인사회상, 미국 내 K-팝 문화를 가르치는 내용은 교육자료로 포함돼 주 교육부가 운영하는 교육자 온라인 자료실에 등록돼 있어 이에 대한 홍보도 필요하다.
장태한 박사는 "인종학 과목이 다행히 졸업 필수과목으로 제정됐지만 한인 커뮤니티와 학부모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실제 교육현장에 반영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로컬 교육구와 학교들을 상대로 한인사 교육에 대한 로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 만이 해답
또한 폭동 관련 내용을 알릴 수 있는 교재 제작 등도 시급하다. 학생들도 LA폭동 자료에 대한 필요성을 지적했다.
스펜서 니클라우스(17.버뱅크 고교)는 "역사를 알려야 한다. 시스템이 사람들을 갈라놨지만 서로 이해한다면 이를 막을 수 있고 다음 세대들은 그 갭을 좁힐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티안 권(17.브라보메디컬매그닛)은 "한인 사회는 더 목소리를 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은서(존마샬 고교) 역시 "한인 커뮤니티가 흑인 커뮤니티와 함께 겪은 이민사와 미국에서 구축한 삶의 이야기를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스토리텔링이 어떤 것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바꾸는 데 많은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클로이 아이비-컬웬(리버사이드 고교)은 "모든 커뮤니티가 교육시키고 배울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남은 교육 자재와 리소스를 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의 제안을 따른다면 오히려 좀 더 쉽고 정확하게 한인사를 알릴 수 있다. 이들 세대들이 이용하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동영상이나 전자책 등의 자료를 만들어 배포한다면 더 많은 청소년들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문조사 방식
이번 설문조사는 로컬 청소년들의 한인 이민사에 대한 지식을 파악하기 위해 시도했다. 지난 3월 15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했는데, 총 43명(고등학생 33명, 대학생 10명)이 참가해 주관식으로 된 설문조사 항목에 답을 적어 제출했다. 전체 참가자 중 37명은 미국에서 태어난 2세이며 나머지는 비시민권자다.
버뱅크고교, 크레센타밸리고교, 사우스패서디나고교 등 한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있지만, 유니온고교, 태피스트리고교, 러퍼스킹고교, 리버사이드폴리테크 등 흑인과 라틴계가 밀집해있는 지역의 학생들과 뉴욕, 켄터키,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등 타주 지역 학생들도 포함시켜 한인 커뮤니티에 대한 인식을 광범위하게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설문조사 방식은
이번 설문조사는 로컬 청소년들의 한인 이민사에 대한 지식을 파악하기위해 시도했다. 지난 3월 15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했는데, 총 43명(고등학생 33명, 대학생 10명)이 참가해 주관식으로 된 설문조사 항목에 답을 적어 제출했다. 전체 참가자 중 37명은 미국에서 태어난 2세이며 나머지는 비시민권자다.
버뱅크고교, 크레센타밸리고교, 사우스패서디나고교 등 한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있지만, 유니온고교,
태피스트리고교, 러퍼스킹고교, 리버사이드폴리테크 등 흑인과 라틴계가 밀집해있는 지역의 학생들과 뉴욕, 켄터키, 펜실베이니아, 플로리
다 등 타주 지역 학생들도 포함시켜 한인 커뮤니티에 대한 인식을 광범위하게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장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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