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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이민사의 전환점…결코 잊지 말아야"

[LA폭동 30주년]
되돌아본 30년

'아픔' 통해 얻은 성과도 있어
뿌리교육·박물관 설립 필요
 
적극적인 소통과 교류 필수
차세대 리더 배출이 '숙제'
 
그저 먹고 살기 바빴던 시절이다. 정치력이 뭔지도 몰랐다. 불안했지만 경찰을 믿었다. 그러나 억울하게 당해야만 했다.
 
30년 전 피땀으로 일군 재산이 유린당한 순간은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 아픔이다. 더욱 힘든 건 이런 이야기를 나눌 동지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미은행 후원으로 연재된 ‘LA폭동 30주년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들은 가슴 속에 담아둔 경험담이자 역사의 기록들을 나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LA폭동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과 후대에 남기는 선배들의 제언은 한인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기억해야 할 역사
 
LA 폭동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 달라는 요청에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의 송정호 관장은 ‘아픔’이라고 말했고, 장태한 UC 리버사이드 교수는 ‘전환점’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하기환 한남체인 회장에게는 “한인들이 억울한 시간, 억울한 장소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사건”이라는 기억으로 남았다.  
 
의류업체 ‘타이밍’의 김보환 회장 역시 ‘이민 1세 역사의 슬픈 스토리’라며 “정치력이 있었다면 그 정도로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슬라우슨수퍼몰 ‘레더 익스프레스’의 크리스틴 나 사장은 ‘작은 한흑갈등을 주류 언론이 증폭시킨 사건’으로 규정했다.  
 
당시 업소가 완전히 전소되는 아픔을 겪은 사우스 LA ‘후버마켓’의 박진원 사장에게 폭동은 ‘정치적 모순과 사회적 부조리의 상징’이었다.
 
여성복 ‘아이리스 USA’의 영 김 대표는 ‘리멤버(Remember) 4·29’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왜 당해야 했는지, 정치력이 약했던 과거를 잊지 말고 기억해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인사회에 생긴 변화
 
폭동을 겪고 난 뒤 한인들은 한데 뭉쳤고 더는 억울한 일을 당하지 말자며 정치력 신장에 너나 할 것 없이 나섰다.
 
나 사장은 “폭동에 따른 과거의 상처 회복과 보상은 안 됐지만, 한인사회의 단결, 한인들의 정치 참여도는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송 관장도 “많은 한인 단체들이 함께 모여서 일했고 유대감도 많이 쌓았다”며 “그때 관계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리더십도 많이 강화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사장도 한인사회의 단결심을 꼽았다. 그 예로 2018년 LA시가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WCKNC)를 2개로 분리하려던 시도가 한인사회의 결집으로 무산된 것을 꼽았다. 박 사장은 “당시 보여준 한인사회의 결집력은 지금의 한인 커뮤니티를 만들어냈다. 폭동의 경험에서 나온 성과”라고 강조했다.
 
소통에 나선 한인들도 긍정적인 변화였다. 하 회장은 “사우스센트럴에서 한인 비즈니스는 철수했지만, 주변 주민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은 늘었다”며 “언어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2세 영어권이 늘면서 중간 다리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독립해서 부모 곁을 떠났던 자녀들이 주류사회에서도 부족함 없는 실력을 갖추고 돌아와 부모 사업을, 한인사회를 키우는 경우가 주변에도 많다”고 알렸다.
 
장 교수 역시 “한인타운이 정치·경제·문화적으로 LA의 중심지 역할을 할 정도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며 “다만 홈리스 문제와 비싼 렌트비는 해결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30년이 지났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송 관장은 “여러 비영리 단체들이 타인종과 다양하게 일하고 있지만, 경제적, 사회적으로 함께 일하는 건 이루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정치력은 커졌지만 한인들을 대변한다는 느낌은 크지 않다”며 “한인사회를 위해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는 정치인이 더 많이 배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기억돼야 할까
 
하 회장은 “이민 1세들이 도전에 직면해 생명을 걸고 맞선 유례가 없는 사건”이라고 규정했고, 나 사장은 “힘없는 민족은 보호받지 못한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 교수는 “미국 역사에서 LA폭동은 코리안 아메리칸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 계기가 됐다. 한인사회를 주류사회에 알리고 각인시킨 사건으로서 직접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도 폭동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관장은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대학이나 학교에서 연구를 통해 다뤘으면 좋겠다. 교과서에도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해야 생기지 않을지를 연구하고 한인들은 자녀들에게 내용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 김 대표는 “타인종과 섞여서 함께 살기 위해서라도 LA폭동은 꼭 기억해야 한다”며 “잘 기억하고 가르쳐서 한인사회가 다인종이 함께 누리는 공간이 되고 다문화가 서로 어울리고 화합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 사장은 “혼자 헤엄쳐 나가는 건 실패하기 마련이고 한인사회는 지금처럼 뭉쳐야 한다”며 “주류사회에서 꺾어지지 않고 전진하려면 한인사회가 결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LA폭동도 결국 잊힐 것이라고 전제한 김 회장은 “자녀들이 그저 ‘그건 아빠의 삶이었잖아’라고 선을 긋지 못하도록 논리적으로 이해시켜야 단순한 역사로 퇴색하는 일을 막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 한인사회를 위한 제언
 
하 회장은 “LA폭동의 발생 이유를 알기 위해 계속 노력하며 재발할 수 있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항상 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고 투명성을 갖춘 리더를 양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사장은 “뿌리 교육을 강화해 한인사회에 이바지할 훌륭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체성이 정립돼야 커뮤니티를 끌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장 교수는 차세대가 LA폭동을 기억하고 배울 수 있도록 박물관과 영구 전시관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인뿐만 아니라 미국인들에게 역사를 알릴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김보환 회장은 한인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한인사회의 미디어들이 앞장서서 의견을 수렴하고 방향을 제시해줘야 한다”며 “특히 한국어가 익숙지 않은 2세, 3세를 위해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새로운 30년을 소통이 되는 정체성을 확립한 리더를 양성하는 게 지금 한인사회가 해야 할 일이었다.

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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