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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름다운 삶

지난 2월 26일 89세로 30여권의 책을 남기고 이어령 교수는 조용히 떠났다. 유튜브를 통해 몇 달 전 준비한 그의 따듯한 마지막 작별인사도 가슴 뭉클하게 보았다. 언젠가는 나도 우리도 모두 떠나겠지만 그는 3년의 병고를 침착하게 헤치면서 그가 지닌 지식들을 목이 마른 사람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나누어 주고 갔다. 부인(강인숙 교수)과 살던 평창동 자택을 영인문학관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는 자신 서재의 침상에 누워 몸은 비록 앙상하게 되어도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생전에 모른 척하던 여러 정치인들이 영전에 찾아와 애도하고 갔다고 한다.
 
이어령 교수는 어느 누구 못지않게 대한민국을 사랑하던 언론인, 교육자(이화여대 석좌교수), 철학자, 정치인이었다. 3년 가까이 투병하고 병석에 누워서도 아니 마지막 두어 주 전까지도 한 기자와 인터뷰를 주고 받으며 그의 구수한 인생 철학 이야기를 남겨주었다고 한다.
 
그의 말을 정리하던 기자는 바로 작고하기 전에도 고비를 넘겼다는 말을 듣고 따스한 봄이 오면 회복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듣기를 기원했었다. 하지만 3일 전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아쉬움을 남긴 채 세상과 이별했다.
 
지난 인터뷰 중에서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물었다던 24가지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됐다.
 
암 투병 중이라 통증도 심했을 텐데 “그런데 말이야”라며 때로는 힘이 없어도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갈 수 있었던 대단한 열정과 의지가 놀랍기만 하다. 그렇게 어렵게 금년 1월에 태어난 책이 ‘메멘토 모리’ 이다. 그의 명강의 중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많다. 우리나라 말 중에 ‘죽을 맛이다’ ‘살 맛 난다’라는 표현, 사람의 성격을 ‘싱거운 놈, 매운 놈’이라고 하는 말들을 분석하던 지혜로움, 짜고 달고 시고 맵고 쓴 다섯 가지 맛 외에도 ‘밍밍하고 슴슴하다’는 라는 말까지…. 그만의 해학적인 한국인에 대한 철학이 매우 흥미롭다. 된장과 고추장처럼 곰팡이를 피워 띄우고, 식혜와 김치는 한국인의 삭혀 먹는 음식문화로 멋지게 파헤치는 삶의 철학. 한자 ‘어질 인’을 ‘사이좋게 놀아라’라고 해석하면서 당파싸움 좋아하는 어리석은 국민인 우리에게 따끔하게 일침을 놓기도 한다. 감성과 지성의 아이큐로 살아가란다.
 
또 초대 문화부 장관을 맡아 귀여운 호돌이 상징 마크와 함께 알려진 자랑스러운 88올림픽을 기획했던 분이 아닌가. 한국종합예술학교를 세우게 하여 수많은 한국의 예술인들을 발굴하고 키워낼 수 있도록 무진 애를 썼다. 지금의 한류 열풍 바람을 일으키게 하는 단단한 기초를 마련해 놓은 어른이었다.
 
그리고 이어령 교수는 11살에 어머니를 여의었다니 어린 시절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아마도 그래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벌써 철학적인 삶을 논하는 멋진 시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보통사람은 아니었다. 1년 전에는 ‘영원한 제국’을 집필한 소설가 이인화 교수에게 평전을 부탁하여 완성했기에 곧 출간 될 예정이라 한다. 또 그의 유고작들이 지금 출판사에서 줄줄이 출간될 예정이라니 반갑다.
 
아쉬움이라면 생전에 아버지로서 젊은 딸의 이혼과 죽음의 아픔을 가슴에 새겼던 일은 그에게 가장 큰 상처가 아니었을까. 딸의 10주기 맞아 준비한 그의 시집에서 미국에 사는 딸을 그리워하며 쓴 시를 읽으면 참 허탈하고 눈시울이 찡, 뜨거워진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이어령 교수는 고해바다 같은 생사고락을 넘어 심오한 종교적인 의미까지 통달해 버리고 마침내 기독교인이 되었다. 부디 천국에서만 영생하지 말고 다음 생애가 있다면 또 한국인으로 태어나 대한민국에 오시기를 바란다.

최미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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