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내 사랑은 - 박재삼(1933∼1997)
한빛 황토(黃土)재바라 종일 그대 기다리다
타는 내 얼굴 여울 아래 가라앉는
가야금 저무는 가락, 그도 떨고 있고나.
몸으로, 사내 장부가 몸으로 우는 밤은
부연 들기름 불이 지지지 지지지 앓고
달빛도 사립을 빠진 시름 갈래 만 갈래.
여울 바닥에는 잠 안자는 조약돌을
날새면 하나 건져 햇볕에 비쳐 주리라
가다간 볼에도 대어 눈물적셔 주리라.
-시집 ‘뜨거운 달’
사랑 시의 백미
박재삼은 ‘울음이 타는 가을강’과 ‘춘향이 마음’ 같은 탁월한 작품들로 한국 서정시의 계보를 잇는 대표적 시인이다. 64년의 생애를 사는 동안 자유시 수백 편과 시조 50여 편을 남겼다. 사천 이근배 시인은 생전의 박재삼에게 “저는 선생님의 자유시 시집 10권과 시조 ‘내 사랑은’ 한 편을 안 바꾸겠습니다”라고 상찬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 시조는 탁월하다. 첫수에서는 애타는 기다림을, 둘째 수에서는 사랑의 고통을, 셋째 수에서는 애잔하고 끝없는 사랑의 아름다운 파문을 그리고 있다. 필자가 특히 감탄을 금치 못하는 것은 둘째 수다. 가히 사랑 시의 백미로 꼽고 싶다. ‘사랑’이라는 말 한마디 안 하고도 큰 감동을 주는 사랑 시이다.
유자효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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