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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장애인의 날’이 없는 나라

한국은 오늘(4월 20일)이 ‘장애인의 날’이다. 이런저런 날이 수없이 많은 미국이지만 미국에는 장애인의 날은 없다. 미국뿐 아니라 복지가 발달한 선진국 중 장애인의 날이 있는 국가는 한국, 일본, 중국 정도다.  
 
한국에는 장애인의 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 화장실,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 장애인 학교, 장애인 센터, 장애인 시설 등 장애인 딱지가 붙은 것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장애인 복지는 후진국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 전용’이 많다는 것은 얼핏 장애인을 배려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장애인을 배척한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화장실 문을 크게 하고 입구에 턱을 없애면 장애인도 함께 쓸 수 있다. 공간이 넉넉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 장애인도 함께 쓸 수 있다. 장애인과 함께 쓰는 것이 거추장스럽고 어색하니 장애인용을 따로 만들어 그걸 쓰라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왜 한국인들은 장애인과 함께 공유하는 것을 꺼릴까. 이는 장애인과 함께 지내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려서부터 장애인과 같은 공간에서 놀며 공부하고 자란 사람은 어른이 되어 장애인과 이웃하며 살고 함께 일하는데 거부감이 없게 된다. 장애인도 기회가 주어지면 충분히 능력을 발휘하여 사회에 공헌하며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보면 한국에는 가보고 싶은 멋진 카페와 맛집들이 무수히 많이 생겼다. 하지만 사진을 자세히 보면 막상 장애가 있는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업소 입구에는 층계가 한 두 개씩 있다. 경사로가 마련되어 있는 업소는 찾아보기 드물다.  
 
나는 미주 한인사회에도 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 장애인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넘었다. 장애인법은 장애인에게 동등한 교육, 취업, 그리고 접근성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인언론들은 장애인의 공익소송은 부정적으로 보도하며 장애인의 접근성을 개선하지 않는 사업체에 대한 언급은 부족하다.  
 
장애인 취업에 대한 기업의 인식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 요즘은 장애인 범주가 넓어져 인구의 10~15%가량을 장애인이 차지하고 있다. 취업에 적합지 않은 장애인을 제외하더라도 취업 인구의 4~5%는 장애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미주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의 지상사와  미주의 대형업체들의 장애인 직원 비율은 얼마나 될까.  
 
장애의 유형과 상관없이 장애인을 모두 같은 시각으로 보는 것도 고쳐져야 할 점이다. 사람들의 용모가 모두 다르듯, 장애도 다르고 그들의 능력 또한 다르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늘 도움만 주면 그 사람은 계속 가족과 사회의 짐으로 남는다. 장애인에게 교육과 취업의 기회를 주면 그들도 세금을 내고 사회에 기여하며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다.  
 
나는 하루빨리 한국의 장애인 복지가 개선되어 ‘장애인의 날’이 없어지기를 바란다.  ‘장애인의 날’은 ‘경찰의 날’이나 ‘군인의 날’과 다르다. 장애는 선택한 운명이 아니며 비장애인들이 하루 장애 체험을 하며 장애인의 삶을 모두 이해하는 척하는 날이 되어서도 안 된다. 장애인은 그저 보통 사람이 되어 남들과 어울려 사는 삶을 원할 뿐이다. 

고동운 / 전 가주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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