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꽉 찼네" 거리두기 해제 첫날 클럽 앞 줄서고 택시대란
"여기도 꽉 찼네" 거리두기 해제 첫날 클럽 앞 줄서고 택시대란홍대·강남·종로 등 번화가 월요일에도 인파 몰려…대중교통도 북적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18일 서울 도심의 밤거리는 모처럼 '자유'를 만끽하는 시민들로 활기를 띠었다.
서울 번화가 곳곳의 상점은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환하게 불은 켠 채 손님을 맞이했고, 거리는 직장 동료·지인들과 함께 회포를 풀기 위해 나온 이들로 북적였다.
밤을 되찾은 시민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택시 대란'이 벌어졌고 대중교통도 북새통을 이뤘다.
◇ 일상 되찾은 시민들 "해방감 느껴"
이날 오후 10시께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는 '1차'를 마치고 2차 자리를 찾아 나선 이들로 붐볐다. 클럽과 라운지 바 앞에는 입장을 위해 선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일부 클럽은 들어가려면 30분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술집마다 만석인 탓에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던 이들은 "자리가 없다"며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친구들과 함께 저녁 시간을 즐기러 왔다는 조원진(20)씨는 "정말 신난다"며 "거리두기가 풀린 만큼 조만간 부산 여행을 가서 펜션을 잡고 밤늦게까지 식당에서 술을 마실 계획"이라며 웃었다.
종로 젊음의거리 인근도 거리두기 해제 첫날을 맞아 모처럼 술자리를 즐기러 나온 이들로 가득했다.
퇴근 후 회사 동료들과 한잔하려고 이곳을 찾았다는 강성근(50)씨는 "일단은 시간제한에 대한 부담감 자체가 없어진 것이 제일 좋다"며 "제한이 풀리니까 부담 없이, 가감 없이 술 한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중구 을지로 주점 거리에도 삼삼오오 야외 좌석에 모여 친구, 직장 동료 등과 시간을 보내는 이들로 붐볐고, 영등포역 인근에도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모였다.
오후 10시께 술자리를 마무리하던 이모(26)씨는 "거리두기 첫날이지만 월요일이고 내일도 출근이라 이만 자리를 마치려고 한다"면서도 "그래도 무엇보다 굳이 늦게까지 술을 먹거나 약속을 잡지 않더라도 해방감이 느껴진다"며 웃어 보였다.
친구들과 함께 술자리를 하러 나온 이민욱(43)씨는 "월요일이지만, 거리두기가 해제된 기념으로 친구들을 만났다"며 "시간제한이 있어서 밤 10시에 억지로 헤어지는 것과 원할 때 헤어지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거리두기가 풀리니까 마음이 정말 편하다"고 했다.
◇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길"…기대감 부푼 자영업자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자정이 되면 문을 닫아야 했던 자영업자들도 오랜만에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손님들로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제한이 모두 풀려 정말 좋다"고 입을 모았다.
관악구 남현동 인근 호프집 사장 방모(54)씨는 "지난주나 그 전주보다 손님이 훨씬 많아졌다"며 "코로나 이전에는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저녁 손님이 정말 많았다. 거리두기가 풀렸으니 그때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당역 인근의 또 다른 주점도 오후 11시에 가까운 시간에도 빈 테이블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내부가 붐볐다.
점장 노주현(32)씨는 "거리두기가 있을 때보다 손님이 많아졌다"며 "이제 아르바이트생을 뽑으려고 하는데 사장님들이 너도나도 뽑으려고 하다 보니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을지로의 한 치킨집 사장 박모(26)씨도 실내·외를 가득 채운 손님들로 밀려드는 주문을 응대하느라 분주했다.
박씨는 "이제는 영업시간 제한이 완전히 해제된 만큼 수익도 정상화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웃었다.
아직은 거리두기 해제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강남역 인근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장용환(42)씨는 "아직 극적인 변화는 없다"며 "이번 주말이 돼야 거리두기 해제 효과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종각역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장모(44)씨는 "2020년 10월부터 편의점을 인수해 장사를 시작했는데 작년까지 정말 실망스러웠다"며 "토요일이 지나 봐야 알겠지만, 이제 길에 사람도 많은 것 같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기본 택시로는 안 잡혀"…대중교통도 길게 줄 늘어서
오랜만에 늦은 시간까지 외부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 되자 빈 택시를 찾기 어려워졌다. 거리에는 택시 호출을 위해 한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선 이들이 늘어섰다.
종각역 인근에서 택시를 잡던 A(28)씨는 "집이 미아 쪽인데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며 "이 정도로 안 잡히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고향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귀가하기 위해 택시를 잡던 이충성(59)씨는 15분째 거리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내일 일을 해야 해서 비교적 빠르게 파했는데, 블루 택시도 잡히지 않는다"며 말했다.
영등포역 인근 거리에도 택시가 끊임없이 지나갔지만, 그 중 빈 차를 찾기는 어려웠다.
택시를 잡기 위해 기다리던 한 남성은 "일반 택시로는 안 잡혀 돈을 더 주는 블루 택시로 잡았더니 방금 잡혔다"며 황급히 택시에 올라탔다.
홍대입구역 인근에서는 술에 취한 한 남성이 다른 사람이 예약한 택시에 탔다가 기사에게 저지당하기도 했다.
대중교통을 타려는 시민들도 길게 줄을 늘어섰다.
홍대 인근 시외버스 정류장에는 늦은 시간 자리가 없어 입석으로 버스를 타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술에 취한 승객이 입석으로 탑승하려고 하자 운전기사가 거부하면서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오후 11시에 가까운 시간 사당역 인근 광역버스 대기 줄에는 40명 가까운 사람들이 늘어섰다.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김모(29)씨는 "월요일 치고 줄이 긴 편인 것 같다"며 "거리두기 기간에는 오후 9∼10시께 줄이 가장 길었는데 이제는 달라질 것 같다"고 했다.
(김치연 강수환 강태현 김윤철 김준태 설하은 안정훈 오규진 오명언 오진송 유한주 임지우 조현영 차지욱 황수빈 기자)
chi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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