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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사람 귀하게 여기는 사회

신문이나 잡지에서 내가 가장 반갑고 관심 있게 읽는 것은 인터뷰 기사다. 사람 이야기인 인터뷰 기사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사람 공부를 널리 펼치는 흥겨운 마당이다. 뭔가 배울 점이 있는 사람들의 속 깊은 이야기에서 감동을 받고, 나를 되돌아보는 귀한 배움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동네 신문에서는 인터뷰 기사가 거의 없어서 섭섭하다. 아마도 인력은 부족한데 품이 많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해봐서 조금은 아는데 대상 인물을 선정하고, 정보를 정리해서 질문 자료를 만들고,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기사로 정리하고…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한국이 선진국에 당당하게 진입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그런데 언론을 통해서 보고 읽는 한국의 사람 대접은 전혀 선진국이 아닌 것 같다. 특히나 선거철의 정치판 돌아가는 꼴을 보면 선진국은커녕 맹수들이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동물의 왕국으로 보인다. 서로 헐뜯고 깎아내리기에 정신없이 바쁘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같은 것은 전혀 느낄 수 없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물론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과 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고,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고 실수를 할 수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평가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의 단점을 따스하게 감싸주고, 좋은 점을 찾아 북돋아주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작은 모임이나 나라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명언도 있는 것 아닐까.
 
사람의 좋은 능력을 북돋아주는 노력 없이, 흠집을 찾아내서 끌어내리다 보면 사회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큰 손실이 생길 수 있다. 친일파 논쟁 같은 것이 좋은 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서 함부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다각도로 다시 생각해봐야 할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다른 분야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공부하는 미술 분야만 보아도 친일파 시비로 인한 손실이 매우 큰 것으로 여겨진다.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고, 좋은 작품도 많이 남긴 큰 작가 중에 친일파로 몰려 매장된 이가 적지 않다.
 
일단 친일파로 찍히면 가차없이 역사의 그늘로 사라지고 만다. 그런데, 친일파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기준은 참 애매한 경우가 많다. 더구나, 그런 판단이 정치적 이념이나 진영논리에 좌우되면 매우 위험해진다.
 
안타깝기는 미투 운동도 마찬가지다. 플라시도 도밍고 같은 국제적 거물도 간단하게 날려버리는 걸 보면 미투의 위력이 참 대단하다. 그런 운동이 왜 필요한지는 잘 알겠고, 철저하게 파헤쳐 도려내는 엄격함도 이해는 되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손실도 너무 크다.
 
다른 분야는 잘 모르겠고, 내가 한때 몸담았던 한국의 연극 동네는 중요한 핵심 부분이 뭉텅 잘려버리는 바람에, 몰골이 영 말씀이 아니게 되었다. 미투로 밀려난 이들이 다시 활동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물론 그 덕에 다음 세대들의 마당이 열린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지만 역사의 큰 물줄기가 막혀버린 것은 못내 아쉽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친일파 쳐내고, 왼쪽 날개(좌익) 잘라내고, 미투 도려내고 나면 과연 무엇이 남을까? 그런 의문이 들 만큼 쳐내고, 잘라내고 도려낸 부분이 너무 크다는 것은 문제다.
 
이처럼 사회적 문제가 된 일들은 그나마 다시 논의할 여지라도 있지만,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그늘에서 벌어지고 있는 ‘터무니 없는 깎아내리기’ 때문에 생긴 손실이 얼마나 클까? 그런 생각을 하면 서글퍼진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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