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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인공지능과 능력주의 함정

“능력대로 뽑자!” 최근 들어 자주 듣는 주장이다. 여러모로 따져봐도 틀린 말이라 하기 어렵다. 많은 이들이 특히 선망하는 직업·직장·학교가 있고, 원하는 사람 모두를 뽑을 수는 없다. 그러니 능력대로 뽑는 것이 사회에 가장 이롭다는 생각이 자라난다.  
 
우선 우리가 진정으로 ‘능력’에 따라 사람을 뽑으려면 능력을 제대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능력을 제대로 측정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많은 경우 시험을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험으로 측정할 수 있는 능력은 제한적이다. 좋은 의사를 뽑으려면 어떤 능력을 재야 할까? 시험으로 측정된 지적 능력은 충분치 않다. 환자나 동료 의사와 공감할 수 있는 겸손함, 동정심, 의사소통 능력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는 봉사 정신이나 사명감도 중요하다. 이렇게 보면 사람 뽑는 일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
 
이렇게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인공지능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특히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은 우리가 가진 편견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미국의 컴퓨터 공학자와 경제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인공지능을 통해 형사재판 피의자의 구속 여부를 판단한다면 정확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결과,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구속되는 피의자 비율을 41.9%까지 줄일 수 있었다.
 
인공지능 판단의 또 다른 장점은 인간의 인지 능력상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여러분이 수백장의 입사 지원서를 검토해야 하는 기업 채용 담당자라고 생각해 보라. 수북이 쌓인 지원서류를 모두 꼼꼼히 읽는 것은 매우 어렵다. 수백장의 이력서를 읽다 보면 어느새 습관적으로 서류를 넘기고 마는 것이다.  이때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이 요긴하다.
 
하지만 능력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인지 반문해 볼 필요도 있다. 최근 세계적 석학들이 ‘능력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능력대로 사람을 뽑는다”는 생각이야말로 현대 사회의 근본적 문제라는 것이다.  
 
‘능력주의’라는 말은 1958년 영국의 사회학자 마이클 영이 고안해 낸 말이다. 마이클 샌델은 그의 최근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우리가 지나치게 능력주의만을 추구한 결과, 선발된 사람들이 겸손함을 잃고 도덕적으로 오만해졌다고 진단한다. 예일대 로스쿨 교수인 대니얼 마코비츠는 ‘엘리트 세습’이라는 책을 통해 능력주의가 현대 사회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러한 지적과 같이,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능력의 측정은 현대 사회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영국의 대학입학시험 사례가 대표적이다. 영국은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으로 인해 시험을 실시하기 어렵게 되자, 통계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 생성된 점수로 대체하려고 했다. 그런데 인공지능에 의한 평가 결과는 값비싼 사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유리하였지만, 사회적으로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에게 가장 불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인공지능을 도입하려면 기존 사회의 불공정성과 불평등을 조명하여 함께 고려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마이클 영은 저서 ‘능력주의’에서 과학기술이 발전해 인간의 능력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측정할 수 있게 된 미래사회를 상상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완벽하게 평가된 능력에 따라서만 교육 기회와 직업을 갖게 된다면 불평등이 만연한 암울한 ‘디스토피아’가 될 것으로 예견했다.  
 
그래서 우리는 두 가지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한다. 한편으로는 인공지능 기술을 더욱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은 우리 속에 숨은 편견이나 한계를 극복하고 누군가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과정에서 기존의 불공정한 사회 구조를 고려하는 인간다움을 잃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 이렇게 우리는 인공지능의 정확성과 인간다운 판단이 조화되는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
 

김병필 /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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