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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부활의 봄

아침 창문 앞에 하얀 손님이 내려 앉았다. 어제 저녁부터 희긋희긋 날리던 진눈깨비가 푸른 싹들을 포근히 감싸고 있다. 햇볕이 나 눈이 녹으면 잔디는 더 짙게 윤이 나겠지. 부쩍 잦아진 새소리가 호수같이 청명한 하늘에 메세지를 던진다. “좋은 아침!”이라구. 날씨의 변화는 사람의 마음에도 많은 변화를 준다. 따뜻한 봄날 같다가도 불현듯 눈발이 날리는 바람에 어린 싹들이, 나뭇가지 새순이 놀라 목을 움츠린다. 어디서나 톡톡 꽃잎 터지는 소리. 저도 그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고요와 함께 들리는 소리, 몸짓, 하나같이 정겨운 주말 아침이다.  
 
사람의 한 평생은 선이 아니라 원이라는 생각을 하신다는 어느 목사님의 말씀에 눈이 번쩍 뜨인다. 선이 아니라 원. 우리의 일생은 한 점에서 시작되어 긴 선을 그으며 살다 선 위의 어느 한 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천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천년 같은 하나님의 시각으로 시간을 볼 때 우리의 삶과 죽음은 영원한 생으로, 둥그렇게 이어지는, 어디에서나 맞닿을 수 있는 원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부활절을 앞두고 ’I am(주님)’ 부활절 칸타타를 준비하고 있다. 내 마음속에서도 푸른 싹들이 솟아난다. 단단하게 굳은 마음의 밭에 삽자가의 고난과, 우리를 향한 사랑과, 다시 사신 부활의 첫 열매로 오신 그분을 깊이 안는다. 인생의 장막집에서 나를 지으신 이의 집으로 돌아감은 더 이상 육신에 속한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지 말고 영혼의 문을 열고, 살아도 죽고, 죽어도 사는 법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 나의 본향을 바로 알고 다른 길로 눈을 돌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잘 살고 있는 것이다. 썩어지는 것들은 썩어질 것들로 내려놓고 썩지 않을 것으로 살아가듯이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화목한 새 생명으로 피어나는 봄날을 즐거워하자. 그대는 새로운 피조물인 것을, 겨울 내 흘린 눈물인 것을, 봄날에 솟아나는 푸른 새싹인 것을 깨닫게 된다. 다 이루신 사랑으로 우리 앞에 드러남으로, 한 사람이 모든 사람을 위해 죽으심으로 새롭게 되었으니 보라 우리는 새로운 피조물이라. 모든 것을 가진 자요. 부유한 자임을 알게 될 것이다.  
 
뿌린 자와 자라게 한 자와 거두시는 자의 조화로움을 봄날 피어나는 새싹에게서 본다. 부활의 감격을 찬양하는 기쁨을 봄날 뒤란에서 사무치게 배우고 있다. 온 몸으로 살아나는 나무둥지를 껴안아 준다. 온 땅은 그의 거룩한 손으로 살아나고 있다. 힘에 부치도록 성실한 봄날은 그의 손을 통해 죽어도 사는 부활을 온몸으로 증거하고 있다. 부활의 봄이 세상 가득 피어나고 있다. 눈을 크게 뜨고 새싹을 가꾸시는 그분의 손길을 바라볼 일이다. 귀를 활짝 열고 가까이 오시는 그분의 발자국 소리를 들을 일이다. (시인, 화가)
 
 
신호철

신호철

부활의 봄  
 
 
그대의 수고는
푸른 싹으로 온다
다 내어준 가슴
거친 땅 가득히 온다
 
 
그대의 기도는
꽃으로 피어난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벌써 사랑으로 핀다
 
 
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네 것도 아닌
이미 와 매만지는
그대의 수고와 기도
 
 
부활의 봄은
그대 거룩한 손으로  
올 곧은 걸음으로  
세상을 살아나게 한다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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