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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마음이 담긴 소식

특별하게 이름 지을 수 없는 관계가 있다. 가족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사방팔방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어쩌다 몇 번쯤 만났던 사람들이 있다. 기억할 수 있는 얼굴도 있고 전혀 기억에 없는 이름도 있다. 서로 호감 가는 경우라면 이어지는 만남에서 이름과 얼굴이 짝을 맞춰 아는 사람 대열에 자리 잡고 가끔 아주 가끔은 안부를 주고받게 된다.
 
취미 동아리에서 만났던 사람, 지금은 모임에 참석하지 않아 잊혀진 사람, 우연히 다시 만나서 처음 만난 듯 어색하게 짧은 인사를 나눈 사람들에게서 느닷없이 카톡이 오픈 되고 소식이 뜬다. 좋은 글귀가, 유명 시인의 시 한 편이, 예쁜 사진을 배경으로 혹은 듣기 좋은 음악을 곁들여 순식간에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럴 땐 우선 고마운 마음이다. 어설프게 기억나는 사람이지만 특별한 관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탄이다. 내 방식대로 정성껏 답장을 보낸다. 내 느낌대로 고마움을 전한다. 건강 안부도 묻는다. 코로나와 동행하는 아슬아슬한 환경 멘트도 한몫을 한다.  
 
그리곤 끝이다. 잊으면서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다. 어느 날 갑자기 또 한 장의 카드 같은, 전문가의 솜씨로 꾸며진 좋은 글에 예쁜 사진이 도착한다. 카톡을 만들어 낸 창시자에게 경의를 표하게 된다. 자칫 뻘쭘한 관계에서도 따스한 인간의 감정을 끌어내어 주고받게 만들지 않는가. 시작은 그런대로 수긍한다.
 
한가한 시간을 틈타 전화기 청소 작업을 한다. 카톡 아이콘을 열고 찬찬히 점검에 돌입하니 셀 수도 없이 많은 계정이 이어진다. 계정마다 채워진 내용들을 살펴보니 슬그머니 짜증 모드로 바뀐다. 완전 시간 낭비성 불필요한 내용들이다. 필요하다면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용량도 만만치 않은 잡동사니들.  
 
뜨악하니 할 말을 찾지 못하는 관계지만 아는 척하고 싶은 사람에게 땜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오만 가지 종류의 글귀들, 사진들, 음악들이 천지에 깔려 있다. 받아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시간 들이고 노동해서 지워야 할 쓰레기들로 변해 있다. 초창기엔 잠깐 고마운 관심으로 받아들여지던 것이, 차고 넘치게 된 현재에는 멈추지 않고 계속 보내는 이들이 뻔뻔한 사람으로 생각돼 버렸다.
 
처음부터 내 생각은, 마음이 담긴 짧은 안부를 친필로 쓰자 했다. 글쓰기가 안 된다는 핑계로 일관하는 불평들을 이해는 하지만, 단순하게 전화로 말하듯이 그런 인사말을 써 보내면 된다. 애정하는 마음은 있는데 표현을 못 하는 심정들은 오죽하겠는가. 그렇다면 퍼다 나르는 그 좋은 글을 친필로 써서 올려보면 어떨까 싶다.  
 
진짜 마음을 받고 싶은 생각에 ‘썰’을 푼다. 옛날 양주동 박사는 연서를 보낼 때, 성경 말씀에서 온갖 사랑 표현을 복사해서 보냈다는 일화가 생각난다. 친필로 써주면 숨겨진 사랑은 내가 찾을 것이다. 영혼이 실종된 내용을 계속 보내는 계정들은 모두 차단하며 쉼을 만끽한다. 

노기제 / 통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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