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복수와 파멸, 8시간의 대서사…개봉 50주년 ‘대부’ 3부작
아버지의 뒤를 이어 보스가 되려던 큰아들산티노(제임스 칸)는 불같은 성격에 화를 자초, 비참하게 살해당한다. 아들을 잃은 비토는 깊은 슬픔에 잠긴다. 아이비리그 명문대에 진학했다가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군인이 된 20대 청년 마이클이 꼴리오네가의 대부 자리에 오른다. 비토의 부하들은 조직의 새로운 보스 ‘돈 마이클’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대작들 중, 작품 하나를 고르라면 아마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대부’를 지명할 영화 팬들이 많으리라 짐작된다. 제작사 파라마운트는 1972년 ‘대부’ 개봉 50주년을 맞이하여 재개봉에 들어갔고 기존의 3부작 DVD ‘The Godfather Trilogy’의 한정판을 출시, 판매에 들어갔다.
‘대부’를 폭력영화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탈리아 시칠리 섬과 뉴욕, 라스베이거스 등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마피아들의 활동을 다룬 세 편의 대부 시리즈에는 말 그대로 폭력이 난무한다. 그러나 ‘대부’는 폭력영화이기에 앞서 시칠리 사람들의 복수에 관한 서사이다.
‘대부’를 한층 더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가업의 전통과 명예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시칠리안들의 문화와 정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들 가문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자들에 대한 복수의 정당화는 사실 영화보다 마리오 푸조의 원작 소설에 더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아버지 비토도 그리고 마이클 스스로도 원치 않았지만, 마이클이 마피아 보스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복수심 때문이었다. 자신의 아기를 잉태 중인 첫 번째 아내 아폴로니아의 죽음, 처참하게 살해당한 맏형 소니와 아버지를 거세하려 했던 라이벌 갱들에 대한 복수심이 없었다면 장래가 촉망되는 엘리트 청년 마이클이 굳이 마피아의 보스 자리에 오를 일도 없었다.
‘대부2’(1974)는 가족들이 모두 마피아에게 살해된 뒤, 동네 사람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시칠리를 탈출, 이민배에 오르는 어린 소년 비토 꼴리오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는 홀로 뉴욕으로 건너와 이민자로 생존, 성인(로버트 드 니로)이 되어 제과점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한 가정의 가장이다. 세 아들과 딸 하나를 두고 아내와 함께 평온하게 살려 하지만, 폭력의 시대는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동네 사람들에게 금품을 갈취하고 다니는 갱스터파누치와 대립하게 되고 결국 그를 살해한다.
비토는 살인과 도둑질을 하며 뉴욕의 험악한 저잣거리에서 살아남아 올리브오일 수입업자로 성공한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의 곤란한 일을 해결해주는 ‘갓파더’로 존경을 받는다. 그러나 비토의 마음에는 여전히 복수심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결국 가 다시 시칠리로 건너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살해한 마피아 두목을 죽이고 복수를 하고야 만다.
‘대부2’는 비토의 젊은 시절과 마이클의 전성시대가 번갈아 가며 펼쳐진다. 라이벌들을 하나둘 해치우고 마피아 세계의 실세로 우위를 점령한 마이클은 그 누구보다 ‘대부’라는 자리에 적합한 인물이 되어있다.
유대인 갱과 서로를 암살하려는 혈전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마이클은 둘째 형 프레도가 라이벌 조직의 사주를 받고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머니 장례식날, 마이클은 형에게 분노의 키스를 건넨다. 그리고 그를 처형하라고 명령한다. 가족이라 할지라도 배신을 용납하지 않는 마피아의 대부로서 단호함과 잔혹함을 보이는 마이클,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들어주며 배려심 깊은 해결사 역할을 했던 아버지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대부’ 3부작은 3명의 주요 배우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서사의 방식을 취한다. ‘대부’의 대명사 격인 비토 꼴리오네 역의 말론 브랜도(1부), 그리고 그의 막내아들 마이클 역의 알 파치노(1~3부), 비토 꼴리오네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로버트 드 니로(2부)가 그들이다. 독일·아이리시계인 브랜도를 제외하면 작가 마리오 푸조, 감독 프란시스 코폴라, 두 주연배우 드 니로, 파치노 등이 모두 이탈리아 이민들의 후예들이다.
‘대부2’에는 메소드 연기의 창시자 리 스트라스버그가 노회한 유대계 마피아의 두목 하이먼 로스로 출연한다. 파치노, 드 니로의 젊은 시절, 그들에게 연기를 지도했던 스승이 제자 파치노와 밀도 높은 명장면들을 만들어낸다. 로스는 마이클에게 암살당한 친구에 대한 복수심으로 마이클을 제거하려 하다 거꾸로 마이클의 힛맨에게 저격당한다.
복수로 시작, 복수로 끝나는 8시간의 대서사. 그 과정에 엄청난 양의 폭력과 살인이 동원되고 피를 부르는 복수는 결국 파멸을 자초한다. ‘대부3’(1990)에서 자신의 분신인 딸 메리(소피아 코폴라)를 잃고 절규하는 마이클의 분노는 누구를 향한 것일까? 그의 분노의 대상은 어쩌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수많은 적들이 아니라 본인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마이클은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세상은 그에게 협조하지 않았다. 마이클은 결국 스스로 복수의 수레바퀴 아래 깔리는 신세가 되고 만다.
그 시대의 남성의 아이콘 마이클 꼴리오네는 고독한 남자였다. 무명에 가까웠던 풋풋한 배우 알 파치노가 창출해낸 캐릭터 ‘마이클’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존재임이 틀림없다. 파치노의 팬들이여, 그가 스크린에 뿜어낸 고독한 카리스마의 영원성에 축배를!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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