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인턴기자의 눈에 비친 애틀랜타 <3> 신분 문제 고민
석달 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신분 해결”
위장결혼·돈거래 얘기 씁쓸
편법보다 정당한 길 찾아야
인턴생활과 함께 미국을 경험한 지 석 달째가 접어들었다. 그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흥미롭게도 "너 신분 해결 잘해라!"였다. 처음에는 불법체류가 아닌데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정확히 두 달째부터 왜 그런 말들을 하는지 와 닿았다.
미국에 거주하는 많은 한인들이 기간이 정해진 비자를 갖고 임시로 와 있거나, 아니면 비자 기간 만료를 넘겨 불법체류자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 사람들에게 합법 신분만큼 절실한 것은 없는 것 같았다. 또 나처럼 인턴 생활을 하거나 유학생들도 크게 관심 갖는 부분이 '어떻게 하면 향후 합법적으로 미국에 정착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라는 것도 알았다.
미국에서 안정적으로 살려면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비자를 받거나 영주권을 획득해 '신분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최근 미국도 구인난이 확대되며 기업들은 우수한 인재를채용하는데 애를 쓰고 있지만, 영주권 없이 살고 있는 한인들은 이런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까 ‘신분 해결 잘 하라’는 얘기는 미국 생활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면 무엇보다 '영주권 취득'에 관심을 갖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알고 보니 영주권자와 비 영주권자의 혜택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영주권자의 혜택은 크게 ▶은퇴연금, 장애연금, 유가족 연금, 메디케어, 메디케이트 혜택 ▶생활보조비, 기초생활대상자 지원금, 푸드스탬프 등 생활보조 혜택과 각종 법률·보험·세금 혜택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권리 ▶마음대로 출입국 가능한 해외여행의 자유 ▶배우자도 영주권을 받고 동일한 혜택을 받을 권리 ▶고등학교까지 자녀 학비 무료 혜택 등이다. 또 영주권은 한 번 받으면 특별한 하자가 없는한 추가 신청할 필요가 없으며 영주권 취득 후 5년이 지나면 시민권 신청도 가능하다.
이런 영주권 취득을 위해 많은 한인들이 애를 쓰지만 내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영주권 받기가 녹록하진 않아 보였다. 불안한 신분을 어렵게 이어가며 한 회사에서 몇 년째 일하고 있음에도 영주권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다는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1년 이후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다는 약속을 믿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회사 측에서 스폰서 지원을 계속 미루고 있어 애를 태우는 경우도 있었다.
영주권 취득이 이렇게 쉽지 않다 보니 시민권자와 결혼해 배우자로서 영주권을 받는 방법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로 미국서 알게 된 분의 지인 중에 영주권 취득을 위해 서류상으로만 결혼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말로만 들었던 ‘위장결혼’이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며 눈이 동그래진 나에게 "미국에선 신분이 가장 중요하다"며 "미국 체류가 필요한데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는 많은 사람이 선택하는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럴 경우, 다는 아니지만 돈거래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 밖에도 신분 해결을 위해 다양한 경로로 정보를 접하고 실행에 옮기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렸다. 하지만 20대 입장에서 봤을 때 신분 해결이라는 결과만을 위해 정당한 방법이 아닌 편법을 이용하는 것이 옳은지는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비자나 신분 해결이 중요하긴 하지만, 불법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은 결국 범죄이며, 그 과정에서 생길 있는 금전적 혹은 정신적 피해, 나아가 추후에 닥쳐올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 어떤 누구도 자신을 보호해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난 이제 겨우 석 달 살아봤지만 지낼수록 미국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을 줄로만 알았던 ‘신분’이라는 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인턴 생활이 끝난 뒤 내가 어떤 진로를 선택할지는 지금 당장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 계속 꿈을 펼쳐봐야겠다는 확신이 든다면, 불법적 방법이 아닌 당당하고 떳떳하게 신분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미국은 노력과 정직에 대해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사회라, 조금은 불편하고 빠르지 않은 길이라도 정직한 길을 꾸준히 걷는 사람에게는 분명 그 길이 오리라고 생각한다.
김태은 인턴기자
김태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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