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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가는 비 굵은 비
 
며칠을 섞어서 내리더니  
 
이런 세상도 있네
 
 
잎사귀마다 물이 오르고
 
색이 오르고
 
앞다퉈 반짝이며 춤추고
 
이제 살겠다는 얘기지
 
세상 모두가
 
 
하면, 기왕에 부어라, 쏟아라
 
한없는 폭우가
 
묵은 시름 다 걷어내고
 
우리네 삶이 또렷해질 때까지
 
얼굴 주름 확 펴질 때까지

유진왕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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