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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멕시코 음식박물관의 ‘할머니 손맛’

장연화 사회부 부국장

장연화 사회부 부국장

생일을 맞은 친구의 가든파티 한쪽에 철판을 설치하고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토티야(Tortilla)’를 굽는 멕시칸 남성이 있다. 그 옆의 젊은 아들은 아버지가 만든 토티야에 잘 구운 고기를 듬뿍 담아준다. 이들 부자는 자신들이 만든 타코는 멕시코 수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전통 타코’라고 강조하며 소스의 역사를 설명한다. 주말이면 파티에 초청 받아 타코를 만들어 파는데 한인들이 초청하는 경우도 꽤 된다는 자랑도 곁들인다. 멕시코 음식이 이젠 한인 식탁에도 어엿한 한 메뉴로 자리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타코 소스의 역사에 대해 듣는 건 처음인 것 같다. 고추장의 역사도 잘 모르는데 타코 소스의 역사를 듣고 있으려니 새삼 LA가 다문화 사회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늘 먹기만 했던 멕시코 요리의 풍부한 역사를 탐구할 수 있는 공간이 최근 LA에 생겼다. LA다운타운에 지난 2월 문을 연 ‘LA 플라자 코시나(LA Plaza Cocina)’라는 곳이다. LA 최초로 멕시코 음식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의 건립 목표는 누구나 알고 있는 타코를 넘어서 멕시코 요리에 대한 지식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단순히 음식이나 식기 도구만 전시해 놓고 보여주지 않는다. 요리 교실도 열고, 시연회, 각종 문화 행사도 개최한다. 멕시코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회도 열린다. 요리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멕시코 문화와 역사를 널리 알리는 공간이 되고 있다.
 
박물관을 운영하는 ‘LA플라자 데 쿨투라 이 아테스(LA Plaza de Culturas y Artes)’에 따르면 요리 박물관에 대한 계획은 10년 전부터 시작됐다.  
 
멕시코, 멕시코계 미국인, 라틴계 문화와 정체성을 탐구하는 LA플라자 데 쿨투라는 2011년 문을 연 후 종종 음식과 관련된 전시회를 열었다고 했다. 그러다 음식만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모였고, 5년 뒤 LA카운티와 시저 차베스 재단, 투자개발사인 트라멜크로와 협력해 본격적으로 음식 박물관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은 개관 기념으로 멕시코 주민들이 즐겨 먹는 옥수수를 기반으로 한 요리와 요리 도구, 기술과 문화를 연결하는 첫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에 등장한 옥수수 음식의 기원은 꼼꼼했고 새로웠다. 옥수수 알갱이를 걸러내기 위해 여러 세대에 걸쳐 사용하던 점토 거름, 철로 만든 오래된 굽는 도구 등도 전시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문을 열었지만 우려와 달리 늘 먹던 토티야와 살사의 역사를 배우려는 인근 학교 학생들과 멕시칸 2~3세들의 방문이 꾸준하다.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는 LA에 사는 우리는 얼마나 운이 좋은지 모른다. 이곳은 전문 요리사들뿐만 아니라 집에서 가족을 생각하며 음식을 만드는 모든 사람의 공간”이라고 설명하는 큐레이터 히메즈 마틴의 목소리에는 자랑스러움이 묻어 있다.  
 
박물관이 준비하는 다음 전시회는 ‘할머니’다. 마틴 큐레이터는 “할머니의 음식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은 보여줄 수 없지만 그들의 요리 모습과 음식을 만들며 구수하게 들려주는 역사를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멕시칸 2~3세들에게 전수해 준 할머니들의 음식 맛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살사 역사를 배우고 나니 늘 먹던 타코 맛이 조금 다른 것 같다. 팬데믹을 이겨내고 음식 박물관을 개관한 이들의 노력과 요리를 통해 문화와 역사를 전파하려는 의지가 부럽다.

장연화 / 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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