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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앤 테크놀로지] 20세기 초반의 여성 사진작가들: 뉴테크놀로지의 선구자들

 사진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상업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1850년대 즈음이었다. 우리가 잘 아는 미술 작가들인 클로드 모네(1840~1926)라든가 앙리 마티스(1869~1954) 같은 이들은 파리의 오페라 근처 나다르(본명 Gaspard-Felix Tournachon 1820~1910)의 초상 사진 스튜디오를 드나들곤 했다.
 
미국에서도 1850년대 상업사진관이 등장하면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1804~1865) 같은 유명인의 초상 사진이 제작되어 대중에게 퍼져나갔다. 한국의 경우도 1905년 대한제국 시절 고종황제의 초상 사진을 김규진 작가(1868~1933)가 찍은 것이 뉴왁 박물관에 남아 있다.〔〈【 1880년대 중반 한국을 방문한 미국 외교단 대표 퍼시벌 로웰(1855~1916)이 찍은 많은 거리풍경 등의 사진이 그의 책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1885)에 등장한다. 】〉〕  
 
카메라는 새로운 테크놀로지였고 그것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활용할지 19세기 중엽부터 많은 논의가 있었다. 모더니티의 시작과 더불어 등장한 사진 기술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빠르게 전파되었고 새로운 기술이기에 백인 남성을 위주로 한 기득권 세력의 영향력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따라서 영국의 애너앗킨스 (Anna Atkins 1799~1871) 혹은 쥴리아마가렛 카메룬(Julia Margaret Cameroon 1815~1879) 등의 선구적인 여류 사진작가들은 1850년대부터 대단한 기술을 가지고 독보적인 사진 작품을 선보였고 사진사의 서술에서 중요하게 등장한다.  
 
현재 뉴욕에서는 A Female Gaze: Seven Decades of Women Street Photographers(여성의 시선: 여류 거리 사진작가의 70년 여정)라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1월 19일부터 4월 2일까지 거의 3개월 동안 여성 사진작가의 눈으로 본 거리 풍경 사진전을 보여주고 있다. 하워드 그린버그 갤러리는 57가 풀러 빌딩에 입주해 있는 사진 전문 갤러리이다. 3월은 여성의 역사적 중요성을 기념하는 문화행사가 많이 열리는 달이다. 하워드 그린버그 갤러리는 1981년 설립되어서 2003년부터 풀러 빌딩에서 근현대 사진 작품의 아트 마켓을 개척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193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활약한 12명의 여류 사진작가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총 전시된 작품 수는 49점이다. 베레니스 애벗(Berenice Abbott 1898~1991), 다이앤 아버스(Diane Arbus 1923~1971), 조디 비버(Jodi Bieber 1966~), 에스더 버블리(Esther Bubley 1921~1998), 레베카 렙코프(RebeccaLepkoff 1916~2014), 헬렌 르빗(Helen Levitt 1913~2009), 비비안 마이어(Vivian Maier 1926~2009), 매리 엘런 마크(Mary Ellen Mark 1940~2015), 프란시스 맥로글린-질(Frances McLaughlin-Gill 1919~2014), 리젯 모델(Lisette Model 1901~1983), 바바라 모건(Barbara Morgan 1900~1992), 루스오킨(Ruth Orkin 1921~1985) 등이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루스오킨의 ‘이탈리아의 미국 여성(American Girl in Italy)’이다. 1951년 이탈리아로 간 오킨은 우연히 알게 된 니나 리 크레이그(Nina Lee Craig)라는 미술 학도의 사진을 찍었다. 미술책을 품에 안고 걸어가는 니나의 활기찬 모습은 그녀를 쳐다보는 행인들의 모습과 대조적이다. 1950년 ‘거리에서의 포옹’ 또한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거리 연인의 모습니다. 바쁘게 지나다니는 행인들을 배경으로 극장 입구에서 서로를 위로하는 연인의 모습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  
 
1900년 즈음 태어난 베레니스 애벗과 리젯 모델, 바바라 모건 등은 여성 사진 작가의 토대를 마련한 역사적 인물들이다. 바바라모건은도로시아랑에, 안젤아담스, 보몽뉴홀 등과 함께 유명한 사진 잡지 ‘애퍼쳐(Aperture, 조리개)’를 1952년 창간하였고 마사 그레이함과 머스 커닝햄 등의 모던 댄서의 사진을 찍은 것으로 유명하다. 위에서 거리를 내려다보며 찍은 풍경 사진은 색다른 구도와 시각으로 현대성을 강조하고 있다. 어도비포토샵 같은 디지털 사진 편집 소프트웨어가 없던 시절에 필름을 조작하여 연결된 이미지 등을 만드는 기술의 개발은 사진작가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모건은 테크놀로지를 포용하여 예술 사진을 만드는 선구적인 인물이었다.  
 
오하이오에서 태어난 베레니스 애벗은 파리에 있는 만 레이의 스튜디오에서 조수로 일하면서 사진을 접하게 되었고 1929년 뉴욕에 정착한 이후로 많은 거리풍경 사진을 찍었다. 가장 젊은 조디 비버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활동하는 여성사진작가이다. 1994년 민주화 선거를 취재하였고 남아공 도시의 슬럼에 사는 이들의 인생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 작품의 가격은 다이안 아버스나베레니스 애벗의 4만 달러에 가까운 작품부터 5000달러 정도의 작품까지 다양하지만 대부분 1만 달러 정도의 가격대가 제일 많다.  
 
현재 가상현실 및 대체 불가한 토큰 등으로 미술계의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19세기 중엽 사진이라는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등장이 여성 및 소수 인종, 비유럽권 작가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던 것처럼 테크놀로지의 등장을 선구적으로 활용해보는 열린 태도가 기대되는 시기이다.

변경희 / 뉴욕주립대 교수·미술사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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