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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찬밥 다이어트

찬밥이 건강에 좋다면서 저항성 전분이 방송에 자주 등장한다. 저항성 전분이란 소화에 저항하는 탄수화물을 말한다. 소장에서 소화 흡수가 덜 되니 대장으로 내려간다. 그러면 대장에 사는 미생물이 이를 먹이로 삼아 발효시킨다. 프리바이오틱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저항성 전분으로 살을 뺄 수는 없다. 찬밥에 저항성 전분이 들어 있다고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밥 속의 저항성 전분 함량 자체가 그리 많지 않다. 2015년 인도네시아 대학 연구에 따르면 따뜻한 밥 100g에 저항성 전분이 0.64g, 10시간 실온에서 식힌 찬밥의 경우는 1.3g이다. 이걸 보도할 때는 밥을 식히면 저항성 전분이 100% 증가한다고 떠들썩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적은 양이다.  
 
게다가 우리가 주로 먹는 찰기 있는 단립종 쌀에는 저항성 전분이 적게 들어 있다. 푸슬푸슬 밥알이 날리는 장립종 쌀에 더 많이 들어 있다.
 


저항성 전분은 쌀밥을 조리하여 식히는 과정에서 증가한다. 찐 쌀로 지은 밥에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이 다수지만 저항성 전분은 찐 쌀의 경우에 더 많다.  
 
식힌 밥을 전자레인지에 다시 데우면 저항성 전분 함량은 도리어 증가한다. 전자레인지로 가열되는 과정에서 전분이 조금 더 치밀하고 소화하기 어려운 구조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에 큰 도움은 안 되지만 저항성 전분에는 건강상 이점이 있다. 저항성 전분은 당으로 흡수되지 않으므로 혈당을 올리지 않으며 장내 유익균을 늘리고 포만감을 길게 해준다. 변비에도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소화가 잘 안 된다는 사실은 뒤집어 보면 속이 불편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 도시락으로 싸 온 밥을 먹고 나서 가스 차고 소화가 안 되었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당뇨 환자가 혈당 관리를 하는 데는 저항성 전분 함량을 높인 찬밥이 도움될 수 있다.  
 
하지만 소화불량, 복부 팽만감, 더부룩함과 같은 기능성 위장 장애로 고생 중인 사람이라면 억지로 찬밥을 먹으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다른 반찬 없이 밥만 먹는 경우는 드물다. 음식을 먹고 소화 흡수하는 과정은 복잡하다. 어떤 음식을 함께 먹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을 먹으면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포만감이 늘어나지만 그만큼 소화불량을 경험할 가능성도 커진다. 포만감이 늘어난다고 반드시 체중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는 포만감을 거슬러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강한 식욕이 있다.  
 
방송이나 매체에서 뭔가 지나치게 좋은 것처럼 말할 때는 일단 의심해보자.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저항성 전분의 경우도 그렇다.

정재훈 /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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