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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우크라이나의 봄

 3월 18일, 짙은 안개가 걷히고 기온이 70도 가까이 올라갔다. 개를 끌고 100분간 바닷가를 걸었다. 완연한 봄이다. 버들강아지가 움트고, 봄꽃이 수줍은 듯 피어나고 있다. 머지않아 경쟁적으로 피어 산책로를 환히 비출 것이다.  
 
포성이 멈추지 않은 우크라이나에도 봄은 오고 있을 것이다. 러시아보다 남쪽에 있으니 눈이 먼저 녹고 꽃도 일찍 필 것이다. 피난길에 나선 사람들, 방공호에 갇혀 있는 그들은 봄이 오는 줄도 모를 것이다. 그저 하루라도 안 죽고 버티는 것이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로 생각할 것이다. 전쟁은 그들의 모든 것을 앗아가고 있다.  
 
이 세상 재난은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무서운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예방접종을 한다. 우크라이나, 미국, 나토 유럽은 푸틴이 “큰일을 저지를 수 있음”을 예측하고 대비했어야 했다. 사전에 우크라이나에 방어무기를 대량으로 지원해  러시아가 침략 엄두를 못 내게 했거나, 우크라이나 NATO 가입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더라면 푸틴을 덜 불안하게 했을 것이다.  
 
전쟁은 일어나기 전에 막아야 한다. 일단 터지면 수습하기 힘들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자 탈레반 반군은 일사천리로 정부군을 물리치고 정권을 쟁탈했다. 아프간 오합지졸은 싸울 생각도 안 하고 대통령이란 사람부터 줄행랑을 쳤다. 우크라이나는 다르다. 러시아에 빼앗겼던 나라를 되찾은 국민은 다시 지배당하지 않으려고 사생 결단 항전하고 있다. 젊은 대통령은 지하에서 전쟁을 지휘하면서 우방에 원조를 요청하고 있다. 예상 밖의 저항에 부딪히고 있는 러시아는 전의를 꺾기 위해 민간인에 포격을 가하고 있다. 현 전쟁상황을 ‘세계 2.5 대전’으로 성격짓는 전략가들이 있다. 푸틴은 전쟁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고, 미국 등의 경제 제재로 코너에 몰리면 핵 위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많은 사람이 죽게 돼 있다. 전쟁터 1마일 반경에 수천 개의 비극이 발생한다. 총을 들고 싸울 수 있는 남자들은 우크라이나에 남고 부녀자들, 노인들은 어린아이를 데리고 피난길에 나선다. 아이를 안전한 나라에 데려다 놓고 남편이 있는 우크라이나로 되돌아가는 여인도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 전쟁이 그칠 것인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이런 장면이 있다. 전쟁터 아들은 남부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낸다. “어머니, 내 발에 맞는 군화를 보내 주세요. 사이즈 12, 지금 신은 해어져 발가락이 나와요. 죽은 적군의 신은 작아서 안 들어가요.” 어머니는 아들에게 신을 보냈다. 며칠 후 전보가 왔다. 아들은 신을 받기 전에 전사했다는 비보였다. 포성이 울리면 산짐승과 새들이 먼저 달아난다. 우크라이나 산야에 뛰놀던 야생동물은 피난민보다 먼저 안전한 나라로 피신하고 국경이 없는 새들은 전쟁터를 떠났을 것이다. 이미 피난민은 200만, 전쟁이 오래가면 400만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평화가 오면 고향으로 돌아가겠지만 한 번 놀란 짐승과 새들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분쟁이 종식되고 휴전을 거쳐 평화가 올 것이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거리에 쏟아져 나와 부둥켜안고 춤을 출 것이다. “전쟁과 평화”의 저자, 러시아의 자랑인 톨스토이도 무모한 전쟁을 일으킨 푸틴을 원망할 것이다. 전쟁터에도 봄은 어김없이 온다. 우크라이나 산야에도 향기로운 봄꽃이 피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맞이하는 아름다운 봄, 겨울의 압제에서 해방된 봄을 그들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최복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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