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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비말’과 ‘비만’

며칠째 기침을 하고 목이 아프다는 남편이 오미크론에 걸린 듯하여 의심스러웠다. 자가 키트로 검사하니 음성이 나왔는데도 교회에서 하는 코로나 검사를 다시 받았다. 그것도 음성이니 다행이다 싶지만 면역력이 없는 나는 무척 조심 중이다.
 
주일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연신 기침을 하기에 “비말!”하고 짜증 내며 차창을 열었다. 좁은 공간에서 전염되기 쉬운 조건 아닌가.  
 
2년 조심히 살다가 막판에 부주의로 감염될까 봐 걱정스러운 나머지 나온 신경질적인 반응이었다.  
 
그랬더니 이 양반이 “비만!”으로 맞대응을 하네. 하도 기가 막혀 뭐가 더 위험한가 따져보자는 말에 ‘비말’은 잠깐 위험하나 ‘비만’은 평생 위험하다나? 그래도 그렇지 마누라의 약점을 대놓고 발설하여 자존심을 건드리는 간 큰 남편의 행태가 아닌가. 괘씸했다.
 
매일 운동을 하는 남편은 탄수화물을 수년째 절제하여 날씬한 몸매를 유지한다. 우리 집엔 쌀이 없다. 나는 아픈 핑계로  운동이라곤 안 하고 식욕은 살아있으니, 만나는 이마다 건강해 보인다고 한다. 환자 코스프레는 못하지만 한편 다행스럽다. 그만한 눈치는 있다 ‘건강해 보인다’는 ‘뚱뚱’의 은유라는 것쯤은.
 
먹는 걸 좋아하고 요리에 관심이 있는 편이라 하루에 한 가지 빵을 굽거나 부침개를 부치면, 최소한만 먹는 남편은 잔소리가 많다. 먹을 게 넘친다고 불평을 한다. 하기야 밀키트도 주문하고 종종 음식도 배달시켜 먹기도 하니 남은 음식이 쌓이기는 한다.  
 
시부모 시집살이도 살지 않았는데 가리 늦게 남편 시집살이를 하고 있다. 삼시 세 끼를 알아서 먹으라며 외출하는 아내를 성토하는 남편들도 있건만, 음식을 제발 하지 말라는 사람도 있으니 세상은 참 불공평하기도 하다.
 
팬데믹으로 외식이나 매식이 어려워 집밥으로 회기한 지난 2년 동안 닫혔던 부엌을 열고 열심히 먹거리를 만들었다. 요즘엔 거리두기 규제가 풀리고 밖에서 만남을 가지는 일도 잦아졌다. 나도 잔소리 들으며 하는 가사노동보다는 맛집 순례가 더 좋다. 새로 생긴 베이커리도 가봐야 하고 개업하는 식당에도 가 볼 생각이다.
 
식욕이 있다는 건 살아있다는 증거와 같다. 자리 보전하고 누운 사람은 결국 먹지를 못해 세상과 이별하지 않던가. 억지로 안 먹거나 금식은 안 할 테다. 맛나게 살자 입맛이 시키는 대로 살자. “비만!”에 대한 억하심정으로 나온 나의 모토이다.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의사도 못 고친다.”(히포크라테스)  
 
“음식에 대한 사랑처럼 진실된 사랑은 없다.” (버나드 쇼)
 
이런 음식에 대한 명언을 굳게 믿고 살아야겠다.

이정아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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