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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 읽기] 미국과 암호화폐

 최근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범정부 차원에서 암호화폐(가상자산)를 규제할 수 있는 틀을 정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특정 자산군(asset class)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감독과 규제는 그 자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에게 안심을 주기 때문이다.  
 
이번 행정명령 자체가 규제는 아니고, 정부 각 기관이 가상자산을 어떻게 관리감독할 것인지를 연구하라는 지시에 가깝기 때문에 당장 드러나는 변화는 없다. 하지만 이번 명령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미국 정부가 드디어 가상자산을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를 마약상이나 테러리스트가 사용하는 지불수단 정도로 생각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특히 중국 정부가 디지털 위안화를 시범 운영 중이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받게 된 고강도의 경제제재를 피하는 방법으로 암호화폐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기에 이에 대한 규제는 더욱 절실해졌다.
 
무엇보다 달러화로 통화패권을 유지해 온 미국으로서는 가상자산에서 주도권을 잃는 것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바이든의 행정명령에 들어간 “우리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는 문구가 이런 의지를 반영한 대목이다. 달러화를 디지털화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주도하는 건 암호화폐 정신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지만 무조건적인 단속보다 훨씬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현재로서는 대세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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